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 넘어 양극재 사업 도전, 김연섭 LFP 양극재로 턴어라운드 노린다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1-13 16: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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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 부사장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음극재 소재인 동박을 주력 사업으로 해왔는데,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성장둔화) 여파로 지난해 3분기 9년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최근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LFP 배터리 탑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 LFP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사업 부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 부사장이 LFP 양극재 사업의 생산설비 구축을 마치고 2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을 본격화 한다. 사진은 김 대표가 현지시각으로 2024년 6월2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자사 부스를 소개하는 모습.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기존 국내 양극재 제조기업들이 차즘 LFP 양극재 생산 채비를 갖춰가는 가운데, 양극재에 재도전을 앞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가 전북 익산에 구축 중인 LFP 양극재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의 준공이 임박했다.
회사는 LFP 양극재 시험 생산라인이 구축되면 연간 1천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시험생산 성공과 고객사 확보 후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계적 준공은 완료했고 최종 사업승인을 곧 받을 예정"이라며 "1분기 샘플 생산과 고객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고객사 테스트 거쳐 의미있는 평가가 있으면 하반기에 본격 양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양극재 제조사들이 LFP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최초 LFP 양극재 생산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일찌감치 2023년 LFP 양극재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그 해 회사는 한국자동차연구원과 공동 연구에 착수하고,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삼가공장에 LFP 양극재 시험 생산설비 착공에 돌입하는 등 사업화에 기민하게 움직여왔다.
회사 측은 기존 주력인 동박 사업과 LFP 양극재 사업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3년 7월 회사 신사업 출범식에서 “에너지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LFP 양극재에는 하이니켈 양극재보다 더 얇은 동박(극박)이 필요하다”며 “회사는 초극박·고강도·고연신 동박 제품군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오는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한다.
우선 사업목적에 ‘2차전지 소재 원료 관련 사업’ 추가한다. 또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사채발행 한도를 기존 1500억→5000억 원으로 각각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향후 LFP 양극재 사업을 위한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앞서 2022년 연산 600톤 규모의 리튬망간계 양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소량 납품계약도 따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 채택이 늘어남에 따라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국내 주요 양극재 제조사들도 LFP 양극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엘앤에프가 지난 2일 LFP 양극재를 2026년부터 생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위주로 생산하던 중국 기업들과 LFP 양극재 시장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기업들의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 채택이 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LFP 배터리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FP가 주로 쓰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맞춰 LFP 양극재 매입이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된다.
삼성SDI도 2026년 ESS용 LFP 배터리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에너지밀도를 10% 향상시킨 전기차용 ‘LFP+’ 배터리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와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양극재 시험 생산라인을 구축한 전북 익산 공장 전경.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회사는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동박 사업 부진으로 2024년 3분기 영업손실 317억 원을 거두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유럽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 부진하자 동박의판매량이 줄었고, 동박 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회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6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ESS용 LFP배터리 연간 생산량을 약 5GWh로 가정하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은 최소 1만2천 톤이 필요하다"며 "사업안정화 시 매출은 연간 최대 900억 원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