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위치한 테슬라 건물.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주요 차량 제조사들과 ‘배출권 풀’을 구성한 테슬라가 이를 통해 10억 유로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UBS그룹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가 차후 경쟁 차량 제조사들로부터 약 10억 유로(약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테슬라는 토요타, 스텔란티스, 포드모터스 등을 배출권 풀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배출권 풀은 친환경차 판매량이 높아 배출권을 많이 확보한 기업이 협력관계를 맺은 다른 기업에 보상을 받고 배출권을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테슬라처럼 전기차 판매량이 높은 기업은 배출권 보상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고 판매량이 적은 기업은 필요한 배출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주요 차량 제조사들과 배출권 풀을 맺은 상태인데 여기서 얻는 보상금만 약 3억 유로(약 451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패트릭 험멜 UBS그룹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이를 모두 감안했을 때 테슬라가 배출권을 모두 현금화했을 때 받는 보상 규모는 약 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받는 보상 규모가 커진 것에는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도(EU-ETS) 영향이 크다. 유럽연합은 차량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배출권 구입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배출량 규제 기준이 전년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정돼 있어 친환경차 판매량이 적은 유럽 제조사들은 테슬라나 비야디(BYD) 등 판매량이 높은 제조사들로부터 배출권을 구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에서 판매되는 배출권보다 테슬라의 배출권 풀을 통해 배출권을 받는 쪽이 더 값싸기 때문이다.
유럽 차량 제조사 르노는 이에 공식성명을 통해 “유럽 제조사들은 유럽연합 표준을 준수하기 위해 ‘역생산적’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유럽의 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옌스 기세케 유럽의회 의원도 블룸버그를 통해 “유럽 제조사들은 현재 테슬라 또는 비야디에 돈을 줘야 하는 처지에 처해 있다”며 “이는 결코 효과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가 테슬라의 배출권 풀에 참여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전했다. 스텔란티스 경영진은 앞서 자사는 배출권 풀에 참여하지 않고 배출권 거래제도를 통해 배출권을 구매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험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발표로 폭스바겐과 르노 등 남아있는 유럽 제조사들의 전략적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테슬라의 배출권 풀에 더 자리가 남아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