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2024년 11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힐스에서 열린 신차 공개 행사에 참석해 아이오닉9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이 지난해 4분기 자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현지 소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에 나설 것을 대비해 구매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도 올해 미국 현지 생산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 대상에 들어 트럼프 정부가 해당 정책을 후퇴시킬 때까지 판매 확대에 ‘막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6일 뉴욕타임스와 디애틀랜틱 등 외신을 종합하면 GM과 포드는 미국 시장에서 작년 4분기에 전분기보다 각각 37%와 28.3% 증가한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는 쉐보레와 라이트닝 등 차량이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업체 리비안 또한 작년 4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42% 증가한 1만4183대 전기차를 미국에서 출하하며 판매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리비안 R1S와 R1T 차량은 3750달러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
전기차 소비자에 지급되던 세액공제가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삭감될 공산이 커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두르다 보니 GM과 포드, 리비안 같은 주요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확대 추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콜드웰 분석가 발언을 인용해 “세액공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기차 소비자 확대에 보탬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 혜택에 ‘막차’를 탄 현대차와 기아에게도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단기적으로 견인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 일부 차량이 올해부터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했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현지 조립 요건을 충족한 아이오닉5, 아이오닉9와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 등이 세액공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전기차 잠재 구매 고객이 세액공제 폐지 전까지 보조금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인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 2024년 12월3일 영국 리버플에 위치한 포드 헤일우드 변속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전기차에 쓰이는 e드라이브 부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인플레이션감축법 대상 차량이 2024년 40종에서 올해 25종으로 축소된 점도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현대차와 기아가 가장 중요한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공평한 경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전기차를 제작한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없이도 전기차 판매에 선방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19.3% 늘어난 11만256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테슬라에 이은 2위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 들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기 전 반짝 수혜만 누린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기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에 전기차 판매 촉진에 쓰이던 연방 보조금 삭감이 포함됐다.
미국 의회 상원과 하원 모두 트럼프 소속 공화당이 석권해 세액공제 축소 또는 폐지를 담은 법안이 우선 처리된다 해도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딱히 불리해질 것도 없다.
현대차와 기아에 세액공제 수혜가 1개 분기나 2개 분기에 걸쳐 단기에 그친다 하더라도 그동안 올린 인지도 및 현지 생산력을 발판 삼아 충분힌 경쟁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디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정책을 축소한다 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은 미국인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준비를 잘 갖춰 놓았다”고 바라봤다.
더구나 트럼프 차기 정부가 중국과 전기차 판매 경쟁이나 자국 전기차 기업 입장을 고려해 세액공제를 예상보다 느리게 단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전문지 배런스는 “현재 투자자가 예상하는 폐지 시점보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