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신기술 중심의 사업재편에 주력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새해 인공지능(AI) 고도화를 통해 본격 실적 반등을 노린다.
1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 등을 통해 AI로 사업 중심을 옮기는 작업을 추진했다.
▲ 카카오는 지난해 자회사 20여개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올해 본격적 실적 반등을 노린다. 사진은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사옥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 <카카오> |
경영 쇄신을 노리고 있는 카카오는 지난해 자회사인 카카오스페이스(부동산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AI 연구전문 자회사), 다음글로벌홀딩스(지배·경영관리업)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또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매각을 매각하고, 카카오헤어샵 지분 전량 매각 등 계열사를 정리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도 사업을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김범수 창업주의 개인회사 ‘케이큐브임팩트’와 친족 회사 ‘오닉스케이’도 청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8개였던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현재 120개로 줄었다. 회사는 향후 카카오톡과 주요 플랫폼, AI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AI 전환을 위한 경영구조 재편이 이뤄졌다.
한글과컴퓨터는 AI를 신사업의 중심축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던 한컴프론티스 지분 정리를 마쳤다. 한컴라이프케어 매각도 추진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통해 신사업 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티맥스그룹도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티맥스그룹의 자회사 티맥스A&C는 임직원 임금이 체불된 상황에서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을 내보내는 등 강도 높은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티맥스A&C는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슈퍼앱 '가이아' 개발을 주도하고 있던 주요 자회사다. 그간 자금을 투자했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게임 업계 역시 경기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의 고속 성장기가 끝나면서 경영 효율화와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강도높은 경영효율화 작업을 추진하고 올해 본격적 실적 반등을 노린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 |
지난해 대규모 본사 인력 감축을 단행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진행한 자회사 6개 분사, 희망퇴직·권고사직과 사업축소 등으로 당초 5천여 명에 이르렀던 본사 인력은 3천 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본사에 모든 인력과 기능이 집중돼 고정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회사는 이 같은 경영효율화를 단행했다.
이외에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월 최고전략책임자(CSO)에서 물러났고, 8월 해외법인장 직위를 내려놨다. 남동생인 김택헌 총괄부사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가족경영 체제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견 게임사 중 위메이드도 지난해 초 대표를 교체한 뒤 블록체인 사업을 일부를 축소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컴투스도 전사적 경영효율화를 위해 자회사 '컴투버스' 인력을 100여명 이상 정리하고, 작년 상반기 본사 인력을 일부 정리했다. 앞으로도 손실 부담이 큰 자회사를 정리해 인기 지식재산(IP) '서머너즈 워' 등 게임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경영 효율화에 따라 고정비용이 줄어든 만큼, 2025년에는 IT 기업들이 본격적 실적 반등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2025년에도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지만, 고정비 부담이 낮아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에는 올해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