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건설업계는 꽁꽁 얼어붙은 업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고민하며 한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건설사들이 수익성 지표 악화를 겪었고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신규 수주에서는 GS건설, 포스코이앤씨가 양호한 성과를 거둔 반면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드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 지난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GS건설이 수주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4년은 건설업 불황이 지속된 데다 공사비 등 원가 부담이 커져 국내 건설사들에게 험난한 한 해가 됐다.
자금조달의 어려움, 원가 상승 등 이미 3년째 이어진 극심한 건설업황 부진은 단순한 체감을 넘어서 다양한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주요 건설경기 지표들을 보면 건설사들이 마주한 업황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올해 1~10월 건설수주는 115조2821억 원이다. 매월 평균 건설수주(약 15조 원) 규모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건설수주 206조7403억 원을 크게 뛰어넘는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수주는 2018년 154조4913억 원에서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2022년 248조3554억 원까지 확대됐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건설업계를 본격적으로 강타한 지난해부터 크게 쪼그라들었다.
다른 건설경기 지표들도 건설수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올해 1~10월 건축허가 면적은 9974만7천㎡, 건축착공 면적은 6545만7천㎡로 나타났다. 각각 지난해(건축허가 1억3504만1천㎡·건축착공 7565만2천㎡)와 비교해보면 올해 역시 줄거나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취업자 수도 올해 매월(1~10월) 평균 206만8천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월 평균 건설취업자 수인 211만5천 명을 밑도는 수치다.
업황 악화에 더해 고물가 등이 유발한 공사비 부담 증가는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추겼다.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는 원가 부담을 한눈에 보여주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2024년 10월 130.32로 잠정집계됐다. 올해 2월 처음으로 130을 돌파한 뒤 7~8월 잠시 내렸지만 9월부터 다시 130을 웃돌고 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위 이하 건설사 가운데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삼성물산 건설부문과 각사 연결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과 흑자전환한 GS건설 세 곳뿐이다.
또 영업이익률이 늘어난 건설사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올해 들어 영업이익 수치와 함께 수익성까지 확대된 건설사는 두 곳뿐인 셈이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사고 탓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기저효과가 존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 사고 뒤 그간 경영 전반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던 점이 최근 나은 수익성의 원인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상 건설사들이 정상적으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수익성이 더 떨어졌다는 해석이 많은 이유다.
주요 건설사 대부분은 고전이 이어지자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꺼내 들었다.
올해 연중,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교체가 결정된 곳은 10대 건설사 가운데 7곳이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새 리더를 택했다.
이 건설사 7곳 가운데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가 4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 해에 절반 이상의 수장이나 바뀐 일은 이례적이다. 극히 부진한 업황에 기초한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했고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를 지켰다. 오너4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GS건설을 계속 이끈다.
다만 건설사의 앞으로 실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신규 수주를 살펴보면 대형 건설사 사이 희비가 엇갈렸다.
부진한 업황을 뚫고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은 만족할 만한 수주실적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올해 가장 돋보인 수주 성과를 낼 기업으로 꼽힌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신규수주 12조9610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0조1844억 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지금까지 4분기 추가 수주를 더해 올해 초 목표로 세운 13조3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양호한 수주 성과를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
포스코이앤씨도 올해 1~3분기 신규수주 9조910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7조9201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수주목표는 10조 원으로 파악되는데 연간 목표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조9971억 원 규모의 일감을 곳간에 추가하며 지난해 연간 신규수주 2억6784억 원을 초과했다. 다만 올해 목표로 삼았던 4조8529억 원 달성을 위해서는 4분기 성과가 중요한 상황이다.
반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삼성물산은 10조1550억 원, 대우건설은 7조3722억 원, DL이앤씨는 5조9715억 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삼성물산은 5조4040억 원, 대우건설은 1조6467억 원, DL이앤씨는 4조6654억 원이나 낮은 수치다. 특히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까지 연간 목표의 60%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포함한 현대건설 1~3분기 신규수주는 22조25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조6690억 원)과 비교하면 3조 원 이상 축소됐지만 올해 연간 목표에 견줘보면 76.8%를 채운 성과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