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비가 높은 모델보다는 공간활용도가 좋은 중형급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준대형급 세단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해 국내 누적 하이브리드차 판매 1위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 전기차 판매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화재에 따른 '포비아' 심리까지 겹치며 부진한 가운데 전기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26일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완성차 업계 판매실적과 각사 제품 홍보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하이브리드차 모델별 판매 순위와 연비, 가격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베스트셀러 자리는 기아 쏘렌토가 차지할 전망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해 1~11월 6만1079대가 판매돼 12월 한 달을 남겨놓고 2위 싼타페 하이브리드(5만647대)와 1만 대 넘는 판매량 격차를 두고 있다.
쏘렌토는 올해 전체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도 연간 판매 1위가 확정적이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은 3885만 원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280만 원 더 비싸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7km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운전자가 1년에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날 휘발유 서울 평균가격 1723.5원을 기준으로 한 달 연료비는 18만2962원이 들어간다.
연비가 리터당 10.1km인 가솔린 모델(28만4405원)과 비교해 한 달에 연료비 10만1443원을 아낄 수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구매하고 약 28개월을 운행하면 가솔린 모델과 찻값 차이 만큼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올해 1~11월 5만647대가 팔렸다. 현대차 싼타페 역시 중형 SUV 차급으로, 시작 가격은 쏘렌토와 비슷한 3888만 원이다. 가솔린 모델 보다는 342만 원 더 비싸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5km로 쏘렌토에 살짝 밀린다.
현대차와 기아는 연구개발(R&D) 조직을 공유하고 있어 두 차종 모두 1.6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합산 최고출력 235마력(hp),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낸다. 싼타페는 쏘렌토와 비교해 정통 SUV에 가까운 각진 디자인을 채택했고, 공차 중량도 50kg가량 무겁다.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누적 판매 3위는 대형 레저용 차량(RV) 카니발 하이브리드로 3만5843대가 팔렸다.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에선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싼타페에 밀려 한 계단 낮은 순위에 자리했다.
▲ 기아의 카니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
9인승 기준 하이브리드 모델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4km, 판매 시작가격은 4006만 원이다. 가솔린 모델 시작 가격보다는 455만 원 더 비싸다.
쏘렌토·싼타페보다 가격대가 소폭 높고 연비도 떨어지지만, 한층 크고 넓은 차체를 갖춰 국내서 패밀리카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9인승 모델에 6인 이상이 승차하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작년 11월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미니밴 보다는 SUV 쪽으로 디자인을 크게 변경했다. 올해 국내서 동급인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7661대)의 4.7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4위는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올해 들어 국내서 3만4572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판매 시작 가격은 4291만 원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523만 원 더 높다.
복합 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리터당 18km, 19인치 타이어 기준 리터당 16.7km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작년만 해도 5만7107대가 팔려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 1위에 올랐지만, 공간활용도 높은 SUV 수요가 지속 늘면서 순위가 3계단이나 밀렸다.
▲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
5위는 기아 준중형 SUV 스포티지 하이브리드(2만7641대), 6위는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 하이브리드(2만4948대)가 차지했다. 판매 시작 가격은 각각 3458만 원, 3213만 원, 복합 연비는 각각 리터당 16.3km, 16.2km다.
7위는 기아 준대형 세단 K8 하이브리드(1만7089대), 8위 르노코리아 중형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1만5912대), 9위 기아 소형 하이브리드 SUV 니로(1만2416대), 10위 기아 중형 세단 K5 하이브리드(9095대)가 뒤를 이었다.
하이브리드 차의 강점으로는 높은 연비에 기반한 저렴한 유지비가 첫 손가락에 꼽히지만, 의외로 올해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로 리터당 21.1km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1~11월 판매량은 4988대로 하이브리드차 판매 15위에 그쳤다. 수입차인 렉서스 준대형 세단 ES 300h(6469대)에도 밀렸다.
아반떼 전체 판매량(5만428대)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미쳤다. 쏘렌토와 싼타페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각각 71.3%, 71.4%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 구매 때 연비보다는 패밀리카로 쓰기 좋은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 차량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2025년 1월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
하이브리드차 인기에 발맞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신차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어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고공행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현대차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완전 변경 모델은 첫날 3만3567건을 기록했는데, 그 중 이번에 처음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 계약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기아는 내년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온 소형 SUV 셀토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KG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