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독 오너3세 김동한 기획조정실담당 전무가 주요 의약품 판권 이탈로 인한 수익성 악화 속에 차입금 부담까지 마주하면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한독은 그동안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왔지만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룹 투자 전반의 업무를 맡은 김동한 전무로서는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한독 오너3세 김동한 기획조정실담당 전무가 주요 의약품 판권 이탈로 인한 수익성 악화 속에 차입금 부담까지 마주하고 있다. |
17일 한독의 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한독이 매출 비중이 큰 도입 의약품 계약 종료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독이 2012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해 온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등에 사용되는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시스’와 ‘울토미리스’의 판권은 2023년 2월부터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넘어갔다.
이들 치료제는 전문의약품 중심 제품군을 꾸리고 있는 한독에는 주요 품목이었다. 2022년 기준 합산 매출 507억 원(2022년 한독 별도기준 매출의 9.4%)을 기록했고 2023년 상반기에도 재고 판매로만 258억 원(2023년 한독 별도기준 매출의 4.8%)의 매출을 올렸다.
판권을 회수당한 뒤 한독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2022년 285억 원에서 2023년 126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에는 의정 갈등과 관절염치료제 케토톱 등의 판관비 증가 등으로 추가 타격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독은 올해 1~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861억 원, 영업이익 34억 원을 냈다. 지난해 1~3분기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77% 감소했다. 2020년에서 2022년까지 5%대에서 머물던 영업이익률도 2023년 2.4%, 2024년 1~3분기 0.9%까지 떨어졌다.
한독의 위기는 오너3세인 김동한 기획조정실담당 전무의 역할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김 전무는 현재 한독의 주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2022년 상무로 승진하며 동시에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3월에는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무로서는 예상치 못한 실적 악화를 맞닥뜨린 셈인데 이를 타개한다면 김 전무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전무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한독 주식은 3천 주에 그친다. 하지만 가족회사인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을 통해 한독 지분 17.69%를 보유하고 있어 아버지인 오너2세 김영진 회장(13.65%)보다 실질적인 한독 지배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무 앞에 놓인 길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한독은 수익성이 악화하는 중에도 연구개발과 투자 기조를 유지했는데 그 결과 차입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3일 한독의 신용등급(BBB+)을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의약품 판매 부진과 이익 창출력 저하, 차입 부담 증가, 연구개발 성과 부재 등이 이유로 꼽혔다.
8월 보고서에서는 보유자산에 기반한 재무융통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는데 12월 보고서에서는 해당 문구가 사라진 것을 보면 한국신용평가가 한독의 차입금 부담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독의 단기차입금은 2023년 말 1246억 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853억 원으로 증가했고 장기차입금도 같은 기간 997억 원에서 1157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165억 원에서 25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 수익성 악화 속에도 한독은 연구개발과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한독 음성공장. |
장단기차입금이 동시에 증가했다는 것은 회사가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자금조달 어려움 등 재무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한독이 신약개발과 투자에 힘을 쓰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차입금 부담을 상쇄할 만한 수익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가 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독은 이런 흐름 속에서 9일 운영자금과 연구개발 등을 위해 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 만으로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진 만큼 채무 연장도 쉽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무가 대형 신규상품 도입 계약이나 신약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재무구조 개선의 첫걸음이라는 시선이 제약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독은 현재 임상3상 단계 후보물질을 3가지 보유하고 있다. 관계사 레졸루트를 통해 개발하는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미국 컴퍼스와 공동으로 연구하는 담도암치료제, 관계사 제넥신과 개발하는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등이 있다.
다만 이들 후보물질은 임상을 완료하더라도 품목허가를 받고 출시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는 만큼 보다 즉각적인 효과는 도입 의약품에서 기대해 볼 수 있다.
한독은 4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엠파벨리’의 국내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10월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도 성공했다. 내년 엠파벨리가 솔리시스와 울토미리스의 뒤를 이을 의약품으로 성장한다면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