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새 규제로 중국에 HBM 공급을 중단해도 실적에 미칠 타격은 제한적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HBM2 반도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출 제한을 포함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한 것은 기술 발전 견제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고객사에 HBM 공급을 중단하는 데 따라 실적에 받을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닛케이아시아는 3일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중국시장에 HBM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심각한 악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 140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나 소프트웨어, 소재 등을 사실상 사들일 수 없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도 미국의 기술이나 부품을 활용하면 규제가 적용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도 포함된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엔비디아와 AMD가 HBM 물량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선 만큼 한국 기업들이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전체 HBM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지만 전체 메모리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라는 번스타인리서치의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SK하이닉스도 현재 생산하는 HBM 물량을 대부분 엔비디아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 대중국 규제에 따른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씽크탱크 CSIS는 미국이 중국에 HBM 수출을 제한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데 효과적 방법이라는 평가를 닛케이아시아에 전했다.
CSIS는 “충분한 사양의 HBM이 없다면 양질의 인공지능 가속기를 확보할 수 없다”며 속도가 느린 메모리반도체로 값비싼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구동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HBM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고사양 메모리반도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물량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규제에 대비해 자체 기술로 HBM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국 경쟁사의 기술력을 따라잡기까지 최소한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발표 뒤 상승했다는 점도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고 바라봤다.
CSIS는 “미국의 이번 규제는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라며 “사실상 전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반도체 장비가 제재 목록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