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1-21 16: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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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효성화학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던 특수가스 사업부문 매각 협상이 난항에 빠지며 경영악화 코너에 몰렸다. 주로 반도체용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의 특수가스 사업부문이 최근 반도체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폴리프로필렌(PP) 시황 악화에 따라 베트남 PP 공장 손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어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
▲ 특수가스 사업 매각 협상 결렬로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효성화학의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공장 모습.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21일 효성화학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의 주력 제품인 PP 업황 반등이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대 들어 중국 화학 기업들이 대규모 PP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최근 중국 내수 악화에 따라 늘어난 PP 생산물량을 해외 시장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어 공급 과잉이 벌어진 상태다.
올해 1~8월 중국내 폴리프로필렌 생산량은 2253만 톤이다. 중국 내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6.1% 늘었다.
올해 3월 중국에서 사상 최초로 월간 PP 수출량이 수입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PP 국제가격은 2021년 톤 당 1139.4달러, 2022년 1036.3달러, 2023년 879.3달러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PP 업황 악화의 원인인 공급 과잉이 향후 수 년 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PP 생산능력은 2022년 총 9765만 톤에서 2027년 1억5935만 톤으로 63% 증가할 전망이다.
효성화학 전체 매출에서 PP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63%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앞으로 실적도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베트남 PP 대규모 설비투자가 회사를 경영악화 위기에 빠뜨렸다고 보고 있다.
2020년 가동을 시작한 회사의 베트남 PP 공장은 누적 투자액만 12억8천만 달러(약 1조8천억 원)으로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을 각각 연간 60만 톤씩 생산할 수 있는 설비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부터 PP 시황 악화에 따라 회사 베트남 법인은 줄곧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483억 원, 순손실은 1652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3476.1%까지 치솟았다.
회사는 베트남 법인이 올해 6월 결정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4천만 달러(552억 원)를 투입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수익성 악화라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긴 어려워 보인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공장 설립을 비롯한 증설투자를 단행하며 2018년 말 9034억 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이 2024년 3분기 말 현재 2조5521억 규모로 증가했다. 회사 이자비용만 해도 2021년 342억 원, 2022년 1011억 원, 2023년 1731억 원, 2024년 3분기까지 1421억 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회사의 3분기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약 325억 원, 자본금은 약 190억 원으로, 별도 자본확충 없이 4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된다면 올해 말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 효성화학은 주력 사업인 폴리프로필렌(PP) 시황 악화로 적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 PP 공장의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회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가스(NF3)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지만, 매각마저 쉽지 않게 됐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투자은행업계의 추정 매각가격은 최초 1조3천억 원이었지만, 협상 진행 중 원매자 측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최근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다른 원매자와 매각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특수가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비우호적 PP 수급 환경을 감안할 때 영업 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며 “신디케이트론 분할상환 부담과 만기구조 단기화 등 유동성 대응 부담이 점차 늘고 있다"며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조속한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