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1c D램을 강점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삼성전자가 HBM4 개발을 위해 TSMC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시니어 리서치 부사장. <트렌드포스> |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2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혁신과 기회라는 주제로 ‘트랜드포스 로드쇼 코리아’를 개최했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시니어 리서치 부사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HBM4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c D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이브릴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HBM4에서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은 1c D램(6세대 10나노급 D램)”이라며 “아직 말하긴 이르지만, 1c 10나노 성능은 이전 세대 1b D램과 비교해 훨씬 나은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HBM은 D램을 쌓아 올려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이기 때문에 D램 성능은 HBM 성능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1c D램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한 단계 낮은 1b D램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에서 1a D램을 사용하며, 성능에서 경쟁사에 밀린다는 평가가 존재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뒤쳐진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한 단계 건너뛴 1c D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4공장에 1c D램 생산라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1c D램을 HBM4에 적용하게 된다면, 경쟁사와 비교해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에이브릴 부사장은 예상했다.
▲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시니어 리서치 부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트렌드포스 로드쇼 코리아'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에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면서 회사 전체가 HBM 품질을 올리기 위해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삼성전자와 TSMC의 HBM4 협력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그는 “TSMC가 삼성전자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관련해서는 ‘HBM 3강’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가 적다고 분석했다. 생산력을 늘리기 위해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2025년까지는 적은 생산량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마이크론이 팹 건설을 완료하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겠지만, 최소 2026년에서 2027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2025년 말까지 생산을 확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 기업 외에 경쟁자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의 CXMT를 꼽았다. 다만 HBM 기술력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CXMT는 중국의 D램 제조 기업으로 2020년 LPDDR4와 DDR4를 생산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기존 ‘레거시 D램’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는 “다음 기업으로는 정부 지원을 받는 CXMT가 가능성이 있지만, HBM은 만들기 어려운 기술”이라며 “1a와 1b 나노 공정을 주로 하고 있어 성능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