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5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불법 금전선거 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 연방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규제를 풀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선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자단체에 아메리카 PAC(정치행동위원회) 이름으로 최근 100만 달러의 수표를 제공한 일을 두고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같은 머스크의 자금 지원을 놓고 “위법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9일 열렸던 트럼프 후보 지지 행사에서 거액을 제공했는데 미국 연방 및 각 주 선거법은 투표를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 캠프를 돕기 위해 아메리카 PAC이라는 공식 선거자금 창구를 통해서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7500만 달러(약 1029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유권자 개인에게까지 돈을 건네는 방식을 사용하면서까지 트럼프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 한 것이다.
머스크는 각각 표현의 자유와 무기 소지권을 보장하는 내용인 미 수정헌법 제1조와 제2조 지지 청원에 서명하는 경합주 주민을 대선 당일인 11월5일까지 매일 무작위로 뽑아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다.
총기 규제를 푸는 건 트럼프 후보의 대표적 공약이라 그를 지지하는 성격의 청원에 돈을 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권자가 투표가 아니라 청원서에 서명하도록 금전을 지급하는 일은 연방법상 불법까지는 아니지만 논란을 일으켰다.
브렌든 피셔 변호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머스크가 금전 대가를 살포하는 방식은 위법과 합법 경계에 서 있다”라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가 이처럼 무리할 정도로 트럼프 후보를 미는 이유로는 우선 규제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점이 꼽힌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선거 자금을 대서 승리에 일조하면 향후 자율주행 관련 연방 정부와 지자체 규제를 풀어내기에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운영하거나 소유한 업체는 자율주행이나 우주사업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다뤄 연방 정부가 정하는 규정에 따라 사업 향방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최근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시제품을 최근 공개한 테슬라에게 정부의 규제 변수는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전자 안전과 도로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다수 규제를 둬 로보택시 사업 허가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테슬라는 지난 10일 로보택시 시제품을 발표했지만 아직 미국 내 어느 주에서도 관련 허가를 얻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무인 호출 전기차 사이버캡이 무선 충전을 위해 후진하는 모습. 테슬라 공식 X 계정 홍보용 동영상 갈무리. <테슬라> |
잠재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가 수년에 걸친 시험 주행 끝에 최근에서야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 허가받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도 관련 절차에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로보택시 맞춤형 차량인 ‘사이버캡’ 또한 규제 문제에 걸려 있다.
사이버캡 차량은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모습으로 공개됐는데 이러한 형태로 승객을 태운 차량이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던 전례가 없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하면 ‘효율성 위원회’를 만들자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머스크가 제안한 위원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며 머스크에게 운영을 맡기겠다는 발언까지 꺼낸 적이 있다.
머스크가 거액의 금전을 활용해서 현재 초박빙 상황인 경합주 유권자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로부터 일부 데려오는 데 성공하면 테슬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율주행 규정이 정해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는 10월20일 기준 트럼프 후보 승리 확률이 소폭 높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할 7곳 핵심 경합주는 여전히 백중세라는 자체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에 회의적인 공화당을 설득하고 자율 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규제 당국의 조사를 제한할 수 있다면 선거자금 제공이라는 도박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나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로부터 다수 사업을 수주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하면 머스크가 운영하거나 소유한 기업이 정부 사업을 추가로 따내기에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머스크가 금전선거라는 논란을 부르면서까지 트럼프 후보에 올인 하는 이유는 테슬라를 향한 규제를 줄이고 정부 사업이라는 안정적 수익원을 늘리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로이터는 "머스크가 정부 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과 관련한 규제를 다룬다면 이해충돌 문제를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