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과 중국 증시와 차별화한 흐름을 보이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한국 증시의 차별화 현상은 당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1일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경제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 차별화 현상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수혜 및 부양강도 차이, 약화된 낙수효과, 내수경제 온도 차이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미국 중국의 증시 차별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도 차별화 현상의 잠재 위험으로 꼽혔다. 사진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
최근 들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증시도 변동성 확대 속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미국과 중국 호재를 받지 못하고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세계적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수혜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하면서 엔비디아와 TSMC 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떨어져 시가총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올해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18일 기준으로 1.9배에 달하며 격차가 커졌다”며 “올해 초 TSMC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38배 수준이었지만 현재 3.4배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책 강도 차이도 한미중 증시 차별화 현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물가 안전을 바탕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며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산업정책 강화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도 강력한 유동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인민은행도 올해 안에 지준율 및 각종 정책금리 추가 인하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상당 규모의 재정정책도 기대된다.
반면 한국은 올해 금리인하 주기가 끝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경기부양과 관련된 재정정책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과 주요국 부양책 효과에 따른 낙수효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연구원은 “인공지능 산업은 승자독식 성격을 지녀 산업적 특성상 낙수효과가 제한된다”며 “중국 부양책도 부채 위험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 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목표로 한국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제한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의 내수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책도 부재한 것으로 진단됐다. 부동산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에 국한된 반등세를 보여 되레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어 단기간 내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미국은 탄탄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양호한 소비경기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주택경기가 견조하다는 점도 내수 경기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고용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각종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국과 미국, 중국의 경제와 증시 차별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은 차별화 흐름을 유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박 연구원은 “한미중 경제와 증시 차별화 현상은 정책 추진효과가 가시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차별화 현상에 잠재위험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