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제주항공의 이익잉여금은 아직 음수다. 제주항공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결손금이 3722억 원이다. 영업을 통해 이익이 생기더라도 배당에 앞서 결손금을 메꿔야만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주주에게 현금을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
현재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만으로 결손금을 메우려면 빨라도 2027년은 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주주환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떠오른다. 이익잉여금이 없거나 결손금 상태인 기업들 다수가 이런 방식으로 배당을 지급한 사례가 많다.
티웨이항공도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배당을 지급한 적이 있다.
이와 별도로 제주항공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업황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현재 제주항공은 기단 규모나 매출 측면에서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의 항공기 등록현황을 보면 제주항공의 현재 기단규모는 41대로 티웨이항공(36대), 진에어(30대), 에어부산(22대)을 앞선다.
하지만 대한항공와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그 아래 저비용항공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들이 합쳐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이루게 되면 산술적으로 1위 자리는 바로 뒤바뀌게 된다. 더구나 통합 저비용항공사는 세계 10위권 대형항공사(FSC)가 될 대한항공의 자회사로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공산이 크다.
제주항공으로서는 막강한 경쟁자를 맞게 되는 셈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출현하면 중복노선이 일부 정리되고 경쟁이 완화돼 제주항공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며 이전보다 어려운 환경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한국신용평가는 항공업 관련 스페셜리포트에서 제주항공과 관련해 “저비용항공업계 내 위상이 이전보다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통합 대한항공, 통합 저비용항공사와 중·단거리 노선 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김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비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회사의 질적·양적 규모를 키워 항공업황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김 사장은 CEO메시지를 통해 “향후 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합병을 비롯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와중이었던 2020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인수가격은 545억 원이었다. 물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며 계약은 무산됐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항공사들의 영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항공사들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 사장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주주환원과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담는 일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