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금은 수협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지원 받은 공적자금을 모두 갚은 지 2년이 지난 만큼 과거와 달리 재공모 없이 행장을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지원 후보 6명 모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면접일은 23일이다.
현재 후보는 강신숙 수협은행장과 신학기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양수 수협은행 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전 중앙대학교 교수 등이다.
수협은행 출신만 4명으로 지금 6명 가운데 행장이 정해진다면 행장 경쟁은 내부 후보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수협은행이 2020년 11월 첫 내부 출신 수장인 김진균 전 행장 체제 이래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시장 관심사도 이에 따라 내부 출신인 강신숙 행장 연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신숙 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워 2016년 신경분리(수협중앙회·수협은행 분리) 이후 최초 연임에 도전한다. 도전자 가운데서는 전임과 현직인 김진균 전 행장과 강신숙 행장 모두의 신임을 얻고 수협은행 2인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신학기 수석부행장이 눈에 띈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협은행장 선임 과정에 외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수협은행 행추위에는 정부 측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행추위는 수협 조합장 2명(중앙회 추천)에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가 추천하는 각 1명을 더해 모두 5명으로 구성된다.
2017년과 2020년, 2022년 공모에서는 행추위 내부 이견으로 재공모가 이뤄졌다. 2017년에는 선임절차가 지지부진하면서 행장 자리가 6달 동안 비기도 했다.
강신숙 행장이 낙점된 2022년에도 면접 이후 재공모가 진행됐고 관 출신인 신현준 전 신용정보원장이 후보군에 합류했다.
차기 행장 결정의 열쇠는 결국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측 행추위원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수협이 2022년 9월 외환위기 때 지원받은 공적자금 1조 원 가량을 완납한 점도 외풍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노 회장은 일선 수협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는 만큼 수익센터로서 수협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수협 회원조합 91곳은 상반기 순손실 1586억 원을 냈다. 1년 전(226억)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수협은행은 명칭사용료와 배당금 명목으로 해마다 1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중앙회에 지원하는 핵심 계열사다.
노 회장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후반을 함께할 파트너를 뽑는다는 점에서 차기 행장 선임의 중요도가 높다. 노 회장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어민의 목소리를 꾸준히 대변해 왔다. 노 회장(맨 오른쪽)이 2023년 8월1일 경남 통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협중앙회>
노 회장은 그동안 어민의 목소리를 꾸준히 대변해 온 만큼 내부 인사에 무게를 두고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진해수협 조합장 시절 부산신항 개발에 따른 진해 어업인 보상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 뒤로도 제2신항과 바다모래 채취 반대 등 다방면에서 어업인 권익 보호에 앞장섰고 지난해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 측 입김이 강해질 수 있는 변수로는 최근 알려진 수협은행 금융사고가 꼽힌다.
수협은행에서는 한 직원이 2021년부터 최근까지 대출서류를 위조해 3억 원 가량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위원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외부 출신 인사의 필요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협은행장 공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재공모를 진행했다”며 “5명 가운데 4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구조로 결국 금융위와 기재부 등 은행 쪽 전문성을 지닌 곳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