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8-29 16: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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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그룹 물량을 통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10년 동안 설비투자(CAPEX)에만 50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 전략의 핵심인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공장 일감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현대차공장 신축공사의 공정률은 85%를 기록하며 4분기 조기 가동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 완공예정일, 즉 계약상 완성기한은 올해 12월31일로 잡혀 있다.
다만 올해 2월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일정 조건 아래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에 발맞춰 연산 30만 대 규모의 HMGMA 가동 목표 시점을 당초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0월로 앞당겼다.
HMGMA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홍 대표에게 현대차공장을 비롯한 HMGM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일은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과 겹쳐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HMGMA와 관련해 현대차공장뿐 아니라 모비스공장, 글로비스공장 등 계열사 공장의 신축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계약금액은 현대차공장 2조707억 원, 모비스공장 9015억 원, 글로비스공장 3634억 원 등 3조3356억 원에 이른다.
이 3건의 공사 모두 홍 대표가 취임한 2022년 계약을 맺고 시작해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모비스공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완공예정일 올해 7월30일)를 마무리한 뒤 준공을 위한 발주처 공사 일부만 남겨뒀고 글로비스공장은 올해 12월31일로 완공예정일이 잡혀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을 담당하는 만큼 홍 대표는 그룹의 전기차 드라이브에 발맞춰 꾸준히 안정적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현대차는 ‘2024 CEO 인베스터데이 (CEO Investor Day)’를 열고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120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했던 10개년(2023~2032년) 투자금액 109조4천억 원에서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중기 전기차 판매 목표는 다소 하향 조정한 반면 이후 목표는 유지하면서 전기차 캐즘에도 전동화를 향한 방향을 재확인했다.
현대차의 중기 전기차 판매 목표 변화를 보면 지난해 인베스터데이에서 2026년 94만 대였던 반면 올해 인베스터데이에서는 2027년 84만 대로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2030년 목표치는 200만 대로 유지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물량이 될 수 있는 설비투자 계획도 상향됐다.
현대차는 2033년까지 10년 동안 51조6천억 원을 설비투자로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내놨던 10개년 설비투자액 47조1천억 원보다 4조5천억 원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는 10개년 설비투자액 51조6천억 원 가운데 대부분인 50조8천억 원을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Hyundai Dynamic Capabilities)’ 측면에서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는 캐즘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기존에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해 전동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현대차 중장기 핵심 전략이다.
이 50조8천억 원은 △하이퍼캐스팅(차체를 대형 틀로 한 번에 찍는 공법) 설비투자 및 울산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 △전기충전소 구축 및 플랫폼 개발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 투자 △신흥시장 생산능력 확대와 노후공장 개선 △판매 및 서비스 등 고객거점 확대에 활용된다.
우선 현대차는 세계 공장 신·증설 및 기존 설비 활용 극대화 등의 설비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100만 대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는데 이미 대부분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HMGMA 신설 30만 대, 인도 푸네 공장 신설 25만 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20만 대, 베트남·알제리·사우디아라비아 등의 CKD(반제품조립) 공장 설립 25만 대 등의 생산능력을 더 확보한다.
이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HMGMA 이외에도 울산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 및 부대공사(계약금액 1조2113억 원), 인도 공장 신설(약 2천억 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울산 신공장 옆 하이퍼캐스팅 공장(468억 원)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몫이다.
현대건설도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전동화 프로젝트에 따른 그룹사 물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향후 10년 동안 12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략에 계속 힘을 실으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전기차 충전사업 역시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는 지난해 자체 브랜드 이브이엔(EV&)을 출시하고 국내 전기차 충전기 4500대 설치목표를 달성했다. 앞으로 북미, 인도네시아, 인도, 유럽 등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과 함께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인 'E-CSP(E-pit Charging Service Platform)'와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지니고 있다.
수소 분야도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전략에 발맞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현대차는 전날 인베스터데이에서 단순히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생산, 운반, 충전, 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서 그룹 역량을 모아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에 밀려 수소차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수소 에너지 자체의 경제성이나 수요를 향한 의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업을 향한 의지를 확실히 한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 현대로템과 함께 수소 생산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원료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플라스틱 자원화 플랜트를 짓고 있다.
또 충남 보령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한 수전해 기술로 청정수소(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26년부터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는 일정 규모의 매출을 유지해 인력 등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업황이 어려운 데다 과거 호황기만큼의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그룹사 일감이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