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8-28 1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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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반도체업종 주가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며 조정을 받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가 지속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등 전방위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여 최근 주가 조정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엔비디아가 현지시각 2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이들의 투자 확대에 수혜를 입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주도 주목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대적 투자에 나서며 하반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종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내 반도체업종 주가는 엔비디아 실적 경계감이 높아지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8월 KRX 반도체지수는 5일 3298.09를 저점을 찍고 전날(27일)까지 10.30% 상승했지만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7일 저점 4426.30에서 전날 16.43% 상승했다.
국내 반도체업종의 상승 탄력성이 미국 증시보다 떨어지는 것인데 연초부터 전날까지 누적 수익률을 보면 KRX반도체지수는 -4.93%,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8.10%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을 전년보다 112% 증가한 286억8천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을 향한 시장 기대치가 높은 만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실망 매물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국내 반도체업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주가 조정은 되레 국내 반도체업종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프라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일반 D램,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전방위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투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논란도 있지만 미국 대형 기술업체들의 투자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기술 분야에서 전환기를 겪을 때는 과소투자가 과잉투자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투자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업체들이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투자 지출을 늘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HBM은 일반 범용 D램과 비교해 웨이퍼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큰 설계 구조를 지녀 HBM 생산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범용 D램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범용 D램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 극대화를 위해 범용 D램 설비 투자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에 속하는 eSSD도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고용량 칩 생산을 위해 층수를 높여야 해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설비투자(CAPEX) 금액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 반도체 홍보용 그림자료. <삼성전자>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설비투자(CAPEX) 규모는 각각 130억 달러, 75억 달러로 전년보다 4.0%, 8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2025년에는 각각 155억 달러, 100억 달러로 19.2%, 3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서버용 D램 고정가격 20%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25~30%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HBM과 D램 노출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업종 위주로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증착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유진테크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하반기부터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실적 전망치는 매출 5030억 원, 영업이익 113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1.9%, 290.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원익IPS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꼽힌다. 올해 매출 7080억 원 영업이익 40억 원가량을 거둬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고 2025년에는 영업이익 1190억 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유진테크도 올해 매출 3380억 원, 영업이익 440억 원을 거둬 전년보다 성장하고 2025년도 매출 4160억 원, 영업이익 740억 원을 올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반도체 미세화 진척에 따라 소모되는 쿼츠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한솔케미칼, 디엔에프, 티씨케이 등도 관심종목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미세화란 칩 회로 선폭을 줄이는 작업으로 반도체 크기를 줄여 같은 면적에도 고용량·고성능·고효율을 낼 수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소부장 투자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 주기의 특징은 투자처가 하나에 집중된 것이 아닌 모든 영역에 필요하다는 것으로 반도체 소부장업체의 실적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