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뒤 첫 반기에 우수한 실적을 거두면서 경영 역량을 입증했다.
다만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올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 문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더욱 힘 줄 것으로 전망된다. |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688억 원, 순이익 1972억 원을 거뒀다.
전년동기보다 각각 21.9%, 8%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5457억 원, 순이익 4227억 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15.6%, 15.2% 성장하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영업이익을 거둘 경우 증권사 ‘1조 클럽’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수익을 살펴보면 리테일(개인금융), IB(기업금융), 트레이딩(자기매매) 등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세가 확인된다.
리테일 가운데 위탁매매 부문 수수료 수익이 2130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가량 늘어났다. 자산관리(WM) 수수료 수익도 610억 원으로 27% 증가했다.
IB 수수료수익은 1940억 원으로 22% 늘어났다. 특히 2분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충당금 140억 원을 반영했음에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점이 주목된다.
상반기 회사채 대표주관 및 인수 2위, 여전채 대표주관 1위, 유상증자 주관 2위를 달성하는 등 IB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트레이딩 수익도 4406억 원으로 약 18% 늘어났다.
윤 대표는 이로써 NH투자증권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 편입된 뒤 본격적인 성장을 이끈 전임자
정영채 전 대표이사 사장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채운 모양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9일 국내 패션 기업 콘크리트웍스와 기업공개 대표 주관계약을 체결하는 등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실적 상승에 주주환원 제고도 기대되면서 증권가 목표주가도 높아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1만6천 원에서 1만8천 원으로 높이며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전망치 700억 원에 DPS(주당배당금) 900억 원을 가정하면 총주주환원율은 61.9%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또다시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2022년 11월 NH투자증권이 퇴직연금 계약을 유도하거나 유지하고 있던 8개 법인의 퇴직연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프로 골프선수와의 동반 라운딩 및 식사, 사은품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퇴직연금운용 사업자는 위탁자를 대상으로 일정금액 이상의 특별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NH투자증권은 2018년에도 비슷한 접대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증권업계에서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이슈가 터져나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초 새 대표를 맞은 현재 NH투자증권에는 무게가 남다를 수 있다.
물론 기관주의의 사유가 된 골프접대는 2022년의 일이지만 당시 윤 대표는 기업금융 1사업부의 수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정통파 RM(기업금융전담역) 출신으로 기업 대상 영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인데 최근 전사적으로 RM 문화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국내증권업계 RM 문화를 창시한 인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의 RM 인력은 ‘패키지 딜’ 역량으로 유명한데 가령 한 기업의 회사채 조달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수합병, 승계, 유상증자 등 포괄적인 기업 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이처럼 기업들과의 농밀한 관계 형성에 더욱 힘을 줄수록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윤 대표에게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표는 하반기 실적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RM 문화 강화는 곧 기업과의 접촉을 지금보다도 더 넓히겠다는 뜻”이라며 “이 경우 내부통제 강화도 그만큼 병행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