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7-22 1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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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10 총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의 아픔을 겪은 정봉주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달리며 향후 역할 범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현재까지 누적득표율에서 쟁쟁한 현역의원 후보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2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1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고 밝힌 정 전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으로 민주당 지도부로 복귀한다면 강력한 대여투쟁에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최고위원 경선 결과를 합산한 결과 정봉주 후보가 21.67%를 득표해 김병주(16.17%), 전현희(13.76%), 김민석(12.59%), 이언주(12.29%) 후보 등 현역의원들에 앞서고 있다.
정 후보는 첫날 제주, 인천 지역에서 득표율 21.98%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강원과 대구, 경북에서도 득표율 20%를 모두 넘겼다.
아직 전당대회 초반이지만 정 후보가 현재의 권리당원 대상 득표를 이어간다면 '수석최고위원'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대의원(14%),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해 오는 8월18일 발표되는데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중이 56%에 달한다.
오는 8월16일과 17일 진행할 여론조사도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정 후보의 득표율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꽃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지지를 물은 결과 정 후보가 17.8%로 가장 많았다. 정 후보는 전현희(15.6%), 이언주(12.0%), 김병주(12.0%), 김민석(11.9%) 의원 등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정 후보의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명하고 강경한 메시지가 대여 투쟁을 원하는 민주당 권리당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날카로운 칼’을 뽑는 과정”이라며 “오로지 윤석열 탄핵, 민주당 정권탈환을 위해 집중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정견발표에서도 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이제 민주당이 응답할 때"라며 "말이 아닌 행동과 전략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원들 관점에서는 보수정권과 강력히 싸우다 수감생활을 했던 정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이 큰 것도 그가 돌풍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정 후보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른바 'BBK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며 이명박 당시 후보의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돼 수감된 이력이 있다.
정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사면·복권된 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올해 4월 총선 등에서 꾸준히 정계복귀를 노렸지만 ‘성추행’과 ‘막말’ 논란이 불거지며 실패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이날 YTN 시사정각에서 “정 후보가 이번에 본인의 막말 논란을 인정하고 (최고위원에) 출마해 (당원들로부터) 동정론도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박용진 전 의원과의 대결을 통해 어렵사리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가 됐다가 물러나 정치적 타격을 입은 정 후보로서는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해 정치에 복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사진 왼쪽부터) 민형배, 정봉주, 강선우,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0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가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 최고위원 선거 1위를 차지해 '수석최고위원'이 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일반적으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바로 다음에 발언하는 수석최고위원의 메시지는 다른 최고위원들보다 언론의 주목도가 높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수석최고위원은 정청래 의원이었다.
다만 민주당 당원 게시판을 포함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 후보의 지도부 입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반응도 있다. 정 후보가 최고위원의 일원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을 때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수뇌부 입장에서도 정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당 차원에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정 후보가 당원들의 지지를 업고 지도부 일원이 된다면 정 후보의 강경 일변도 발언이나 태도를 더욱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지난번에 정 후보를 공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지도부로서는 정 후보의 선전이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만약에 (정 후보가) 1등 최고위원이 되면 ‘나 지난번 공천 안 준 거 잘못된 거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당원들이 강력한 대여투쟁을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지도부 입성으로 여야의 대립이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정 후보는 굉장히 강경한 스타일의 정치를 해온 사람이어서 지금 당대표를 위해 소위 ‘대차게’ 싸워줄 그런 전사를 뽑는 (민주당원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굉장히 강경한 민주당 지도부가 구성되고 여야 관계도 굉장히 치열한 갈등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