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E&A가 사우리아라비아에서 완공한 ASU 플랜트의 모습. <삼성E&A>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에서 다소 주춤한 성적을 거뒀다.
정부는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하반기에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중동, 산업시설이 주요 수주 텃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일 해외건설협회가 내놓은 ‘2024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155억8천만 달러다.
국내 234개 기업이 79개 나라에서 사업을 펼치며 296건의 수주를 따낸 결과다.
다만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90.1% 수준으로 다소 줄었다.
미국에서의 수주액 감소와 토목공사 수주 실적 감소가 전체 해외건설 수주 규모 축소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업의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의 건설수주는 21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억1천만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토목공사 규모 역시 지난해 상반기 8억36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4억7700만 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외건설협회는 “2022년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등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공장 건설이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 발주가 줄었다”며 “단순 토목공사는 가격 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익성 위주 선별입찰 참여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성적표를 놓고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정부로서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4.3% 성장한 14조5376억 달러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를 놓고 400억 달러로 목표치를 설정해 뒀다.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1년의 절반이 지났지만 목표치의 40%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4월까지 누적 132억1천만 달러로 목표의 33%를 채우며 연간 목표 달성을 향해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9년 만에 400억 달러 돌파 기대가 고조됐지만 5월 수주액이 4억3천만 달러, 6월 수주액이 19억5천만 달러에 그치며 목표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여전히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민·관이 원팀이 돼 올해 400억 달러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활동은 상반기에 이어 중동지역의 산업설비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내용을 보면 중동지역 수주는 100억3천만 달러로 전체 해외건설 수주 규모의 64.4%를 차지했다. 공종별로 보면 산업설비 수주가 101억7천만 달러로 비중은 65.3%에 이른다.
계약 규모가 73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를 삼성E&A, GS건설 등이 수주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건설협회는 하반기 세계 건설시장 전망을 놓고 “세계 건설시장은 발주환경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동, 친환경사업 발주 확대가 예상되는 북미·태평양,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성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지역의 대규모 사업 발주 여력을 놓고는 “관망이 필요하나 전세계적 저탄소 기조에 석유가스산업 고도화 및 석유화학 업그레이드, 역내 연결 철도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691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2일 내놓은 건설업종 보고서에서 "해외 발주시장은 우호적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유가 장기화로 발주처 상황도 나쁘지 않지만 글로별 경쟁사의 수주잔고 증가와 일부 회사들의 실적 노이즈 등으로 경쟁 강도도 높지 않은 상태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삼성E&A가 인도네시아 TPPI와 사우디 알루자인 PDH/PP, 현대엔지니어링이 카자흐스탄 가스플랜트·투르크메니스탄 폴리머공장, 대우건설이 투르크메니스탄 암모니아·비료플랜트와 이라크 알포 해군기지 등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필리핀 교량·사우디 NEC, GS건설은 오만 구브라, DL이앤씨는 파키스탄 수력발전 등이 수주 가능한 사업으로 거론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