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순차입금은 2조4639억 원으로,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2조 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현금성자산은 1858억 원에 그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18일 “효성화학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담보제공분 제외) 1827억 원, 영업을 통한 연간 2천억 원의 현금창출 규모 등 향후 1년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 설비투자(CAPEX) 예정액 등을 채우기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효성화학 차입금 확대는 2018년 베트남에 연간 폴리프로필렌(PP)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립을 위해 1조36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것 때문이다.
베트남 투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은 조 회장의 승부수였다.
베트남 공장은 2021년 7월 완공됐으나 이후 1년 동안 가동 중단 사태가 4차례나 발생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장 완공 이후 폴리프로필렌 가격이 하락하고,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PG)가격이 오르며 폴리프로필렌 사업 수익성까지 악화했다.
그 결과 효성화학은 연결기준으로 2022년 영업손실 3367억 원, 2023년 영업손실 1888억 원 등을 내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348억 원을 내며 적자를 지속했다.
조 회장은 베트남 법인의 흑자전환을 위해 다양한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베트남 법인 투자 유치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효성화학이 최근 1년 동안 베트남 법인에 1881억 원을 추가 출자했지만, 폴리프로필렌이 여전히 불황을 지속하고 있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효성은 올해 5월 아부다비의 국영석유기업 애드녹과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에 공동투자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해각서가 확정될 경우 효성화학은 부채 감축과 원재료 기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베트남 공장은 역내 업체들 대비 가스저장시설(Cavern) 통합, 원료 조달의 이점, 최신 공법 적용을 통한 원단위 경쟁력, 미래 투자 부지 보유, 베트남 LPG 수요 증가 등으로 중동에서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나 베트남 사업협력을 논의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효성>
조 회장은 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NF3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기와 경영권 매각 여부 등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베트남 법인 실적 회복을 위해 사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지난 1일 HS효성 그룹 분할을 완료하며 독립경영을 공식 시작했다. 다만 계열분리 완료를 위해 조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각각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정리 작업을 마쳐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지분율을 기존 4.88%에서 0.65%까지 낮췄다. 향후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22.05%)과 효성화학(6.16%)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