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인공지능(AI) 기능 강화를 위해 차세대 맥북에 D램 용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등 노트북 제조사들도 AI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D램 기본 탑재 용량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저전력 고용량 D램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훈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로 하반기 실적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IT 기기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특화 D램 수요 증가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25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자사 맥북 기본 램 용량에서 8GB를 고집했던 애플이 AI 기능을 위해 16GB로 기본 램 용량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최근 맥북 등 맥 운영체제(OS)에서 애플 기기용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IDE) 엑스코드(Xcode)의 최신 버전인 ‘엑스코드 16 베타’를 출시했다. 이 버전은 ‘예측 코드 완성’이라는 인공지능(AI) 기능이 담겼다.
예측 코드 완성은 AI로 개발자가 필요한 코드가 무엇인지 예측하고, 개발자가 전체 코드를 수동으로 입력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코드를 완성해주는 기능이다.
애플은 엑스코드 16 출시와 함께 배포한 문서에서 '예측 코드 완성 기능은 16GB 메모리를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 IT하우스는 “애플이 올해 출시할 새로운 맥북에는 8GB 메모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애플이 8GB 맥북의 하드웨어적 한계를 명확하게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보도했다.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등 애플의 주요 PC 제품에 들어가는 최소 램 용량은 8GB로, 지나치게 적은 용량이라는 소비자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맥북 시리즈는 16GB 모델도 지원하지만, 8GB에서 16GB 모델로 변경하려면 통상 27만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삼성전자 메모리(DDR5-5600) 8GB 모듈이 3만 원대 중반, 16GB가 6만 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애플은 그동안 8GB는 충분한 용량이며, 맥OS는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맥북 8GB는 윈도OS 제품의 16GB와 동일한 성능을 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외부 서버의 도움을 받지 않고 IT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 디바이스 AI'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애플도 D램 용량 확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애플은 AI를 메모리가 아닌 낸드플래시(스토리지)에서 실행하는 방식으로 온 디바이스 AI 구현에 필요한 램 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 삼성전자가 2024년 4월17일 개발 소식을 전한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능에 특화한 저전력 DDR5 D램. <삼성전자> |
온 디바이스 AI 기능이 더 고도화할수록 D램 용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맥쿼리는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위해선 12GB 램이 필요하며, AI 비서 기능을 원활히 구동하려면 20GB 램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LPDDR5X와 LPDDR5T 등 온 디바이스 AI에 적합한 고용량 저전력 D램을 출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기기 출시 등에 따른 고부가 D램 수요 증가로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더 개선된 D램 실적을 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 부문에서 상반기 영업이익 5조3790억 원, 하반기에는 9조243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에 비해 71.8%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영업이익 17조8210억 원에서 하반기 24조9230억 원으로 4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원은 "AI 스마트폰은 12~16GB까지, AI PC는 64GB까지 기존 제품 대비 메모리 탑재량이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갤럭시 스마트폰과 아이폰 등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물론 갤럭시북4 엣지 등 최근 출시된 상당수의 AI PC의 기본 램 용량은 20GB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HBM이 아닌 다른 D램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 기기용 D램의 공급부족에 따라 가격 상승이 이어지질 것으로 관측됐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