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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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TSMC 고대역폭메모리(HBM) 연합에 맞서 기술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삼성전자가 따라가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4 로직다이 제조에 TSMC의 핀펫 공정을 적용해 전력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병목현상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반격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26일 반도체업계 취재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TSMC과 함께 HBM4를 생산하는 체계가 안정적으로 갖춰지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지배력이 2025년에 더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반도체다. D램을 여러 개 적층하면 기반 면적당 훨씬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이 로직다이 위에 수직으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부터 로직다이 제조를 TSMC에 맡긴다.
로직다이는 HBM을 컨트롤하는 부품으로,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가 직접 제조했으나 미세공정이 적용되는 첨단 로직다이를 생산할 기술력과 장비는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TSMC는 HBM4 로직다이 제조에 12나노와 함께 첨단공정인 5나노 공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과 TSMC가 손을 잡음으로써 HBM 성능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첨단 기술팀장은 13일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 참가해 “HBM4의 전력 효율은 전작 HBM3E와 비교해 30% 개선될 것”이라며 “대역폭은 1.4배, 집적도는 1.3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효율이 30%나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첨단 로직다이 덕분이다. 구 로직다이는 전체 HBM 전력 소모의 40%를 차지했는데 첨단 로직다이를 적용함으로써 전력 사용량을 대폭 감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력 소모가 감소하면 발열을 잡는 것이 수월해지고, 데이터 병목 현상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 싱글스택의 단수가 높아지면 전력 사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로직다이의 미세공정 전환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TSMC와 제휴는 SK하이닉스의 기술 지배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HBM 구조. <레베그너스 트위터>
HBM 최강자인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의 기술 연합은 삼성전자에 큰 위협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에서 SK하이닉스에,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서 TSMC에 밀리고 있는 형국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TSMC가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위탁생산을 모두 맡고 있는 만큼 HBM과 GPU를 연결하는 데 있어서도 SK하이닉스의 HBM4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2일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바꾸며 최근 반도체업계의 지각변동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HBM 시장에서 뒤처진 걸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차세대 HBM 기술에 투자와 인력을 대거 보강할 것으로 전해진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엔지니어 출신으로, 보수적이었던 과거 경영진과 달리 신기술의 선제적 개발과 기술 경쟁력을 최우선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사업부 내에 HBM4를 개발하는 전담팀을 꾸려, HBM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는 데 전사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또 파운드리, 패키징, 메모리반도체까지 ‘AI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첨담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린다면 HBM4 로직다이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부품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올해 1월 CES202에서 “최근에 HBM과 같은 가속기용 메모리 수요가 뜨면서 파운드리와 결합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오고 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융합으로 파급력이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은 오직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