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설립자(오른쪽)가 2024년 1월 미국 애리조나주 배로우 신경학 연구소에 방문해 의사로부터 첫 번째 이식수술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뉴럴링크>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 전문 기술기업 뉴럴링크가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사람의 뇌에 칩을 심는 두 번째 임상시험을 착수해도 된다는 허가를 획득했다.
앞선 첫 번째 시험 대상의 수술 경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 뉴럴링크의 기술적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럴링크가 두 번째 임상시험 대상자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 허가를 받았다.
뉴럴링크는 첫 번째 임상시험 대상자의 뇌에 이식한 칩에서 일부 미세 전극 실이 느슨해지는 부작용을 확인했고 기존에 3~5㎜ 깊이로 이식했던 칩을 8㎜까지 넣는 식으로 보완해 FDA 허가를 취득할 수 있었다.
첫 임상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칩 이식 사례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두 번째 임상 허가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첫 번째 임상 대상자로 사지마비 환자인 놀란드 아르보가 칩 이식 수술 뒤 생각만으로도 컴퓨터를 조작해 체스와 같은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아르보는 “1년 동안 칩 이식 경과를 살펴본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도 장치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뉴럴링크 기술의 안전성 등 측면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는데 첫 고비를 넘어서게 된 셈이다.
▲ 뉴럴링크의 첫 번째 피험자인 놀란드 아르보(오른쪽)씨가 별다른 조작 없이 마리오 카트 게임을 하고 있다. 그는 2016년 호수에서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전동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뉴럴링크> |
두 번째로 칩 이식 수술을 받기를 희망하는 사람 1천 명가량이 뉴럴링크에 등록한 상태다. 이 가운데 100명 정도가 수술 자격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럴링크는 2024년에 10명에게 칩을 이식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며 “캐나다와 영국 규제 당국에도 곧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이식할 수 있는 컴퓨터 칩과 솔루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뇌의 신호를 컴퓨터에 전달해서 조작을 하거나 신경 손상에 의한 질병을 치료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경(Neural)과 연결(Link)의 합성어인 기업명 그대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뉴럴링크가 기술 개발에 최종적으로 성공하면 신경질환 치료를 포함한 의료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잠재력으로 뉴럴링크는 2023년 11월 기준 3억3200만 달러(약 440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약 6조817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럴링크가 속한 뇌신경 관련 기술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각광받는다.
시장 조사업체 프레세덴스 리서치에 따르면 뇌신경 기기 시장은 2023년 151억 달러(약 20조5955억 원)에서 10년 뒤인 2033년 551억 달러(약 75조1531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FDA에서 개발 승인을 받은 기업은 뉴럴링크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다.
두 번째 임상실험까지 승인받은 뉴럴링크로서는 계획대로 다수의 대상자에 칩을 이식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됐다.
뉴럴링크가 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인 xAI나 테슬라가 개발하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칩을 이식한 사용자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와 우주사업 등 차세대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일론 머스크가 뇌신경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졌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악시오스는 “뉴럴링크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위해서는 FDA가 임상시험 결과와 신청서의 기타 요소를 엄격하게 검토하고 최종 허가를 내리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속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단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