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4-05-07 16: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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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모두 2조8천억 원 들여 세계 2위 자동차 공조회사 한온시스템의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전기차 타이어 시장 진출한 데 이어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을 사업군에 추가하며, 전기차 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한온시스템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회사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외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다, 지분 매입 등에 1조7천여억 원의 자금을 소진하며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데 따른 부정적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7일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한온시스템의 기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부터 한온시스템 보유지분 25%를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2.2%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분 인수에 1조3679억 원, 유상증자에 3651억 원등 모두 1조7330억 원을 투입한다. 해당 절차가 연내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앞서 지난 2015년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19.49%를 1조8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들어가는 자금 1조7330억 원을 합치면 한온시스템 인수에 모두 2조8천억 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미국 포드자동차와 만도기계가 함께 설립한 자동차 공조 부품사다. 2013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15년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공동 인수하면서 현재 이름을 갖게 됐다.
현대차그룹, 포드,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9조559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공조 분야에서 일본 덴소에 이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전기차 시대에 공조 부품은 냉·난방과 환기를 넘어 실내외 온도에 따라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받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측은 조 회장이 지난 10년 동안 한온시스템의 독보적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주목해왔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일시적 대규모 자금 투자를 통한 지분 확보, 경영권 인수 등 기존 대기업과 사모펀드 기업 인수 방식과 달리 오랜 기간 한온시스템의 기술력, 경영 전략, 기업문화 등 펀더멘털을 철저히 검증해 기업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 결정을 밝힌 직후 "이번 한온시스템 경영권 확보 추진을 통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타이어와 자동차용 열 관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전기차 시대의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수절차를 완료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글로벌 자산 총액이 기존 16조 원에서 26조 원 규모로 뛰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한 최대주주 지위 확보는 적은 인수부담으로 미래 전동화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2대 주주로서 한온시스템과 특수 관계를 9년 동안 유지해온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낮아진 한온시스템 지분가치와 현재 보유 현금 여력을 고려할 때, 지금이 경영권을 확보할 적정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2조2439억 원으로 2022년 말(1조1394억 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해외 대규모 타이어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1조7천억여 원을 한온시스템 인수에 투입, 앞으로 시설투자를 위한 외부 자금조달 불가피해졌다.
회사는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 투자에 2022년 말부터 2026년까지 15억7500만 달러(약 2조1400억 원), 헝가리 공장 증설에 작년 말부터 2027년까지 7900억 달러를 투입키로 한 상황이다.
1조7천 억원의 현금을 투자하면서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약속한 주주환원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단단한 실적과 보유 현금에 기반한 주주환원 기대감이 지속돼온 상황에서 현금 소진에 따른 기업가치(밸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장중 전일 대비 18%대까지 급락했다.
더욱이 회사와 한온시스템 사이 시너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타이어와 열관리 부품은 서로 다른 원료조달·생산·판매 특성을 가진 제품군이라, 전체적 사업 시너지 가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병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두 회사의) 제품군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온시스템이 갖춘 공급망에 양사 제품을 상호 확대 공급하는 등의 중장기적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 타격은 즉각적으로 나나탈 것이란 관측이다.
한온시스템은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수혈받는 3651억 원 가운데 2천억 원을 채무 상환에 쓰고, 나머지 1651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시절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수준인 실질적 '무차입 기업'이었으나, 2019년 이후 전기차 전환 부담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1천억 원, 순차입금은 3조3천억 원까지 치솟았다.
장고 끝에 한온시스템 경영권 확보 결정을 내린 조 회장으로서는 한온시스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10조 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2019년 6%를 보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9%까지 떨어졌다.
한온시스템 수익성 개선에 관한 전망은 엇갈린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공장, 4분기 메르세데스-벤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2025년 상반기 BMW 물량이 더해지며 한온시스템 외형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또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수주 계약 건의 매출증가, 주요한 설비 투자 마무리, 물류비 안정화, 비용 효율화 활동이 구조적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병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작년 이자보상배율은 1.8배, 순차입비율은 135%로 초기 전기차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감가상각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업황 둔화로 재무상태 개선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 수익성 개선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재무적 부담을 덜고, 시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귀연 연구원은 "기업 인수 이벤트에 따른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나, 기업가치는 결국 내재가치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 적정 기업가치로 회귀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한온시스템의 수익성과 전기차(BEV) 수요 개선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