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 관련 업황 불황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최근 유럽 모 배터리 제조사에 9조 원 이상의 양극재 공급 계약건을 따내며, 수요처 다변화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앨엔에프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공급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업황 불황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가치사슬 확장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엘앤에프는 신규 고객사들을 추가로 확보하며 하이니켈 양극재 제품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최근 유럽 모 제조사와 17만6천 톤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9조2천억 원 규모이며, 계약기간은 6년이다. 회사 측은 고객과 기밀유지 계약 때문에 계약 체결 업체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약 상대는 유럽 현지 배터리 셀 제조사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양극재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기업에 양극재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SK온과 13조1910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7년이며 공급물량은 약 30만 톤이다. 이 물량은 SK온과 완성차 기업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에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그동안 공급사가 한정적이라는 게 약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 회사의 최대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2022년과 2023년 매출 비중이 각각 80%, 7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엘앤에프의 양극재를 납품받아 만드는 배터리 셀은 상당 부분 테슬라에 탑재되는 만큼, 최종 고객사로서 테슬라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할 뿐 아니라 테슬라에 직접 납품도 진행하고 있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의 잇따른 수주 계약과 관련해 “고용량 하이니켈 제품군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며 “전방산업의 성장 둔화 흐름 속에서 새 고객사를 확보하며 출하량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다변화는 최 부회장이 강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내놓은 세부 과제 가운데 하나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강한 엘앤에프로 거듭나겠다”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전하며, 고객 포트폴리오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 다변화와 함께 최 부회장이 제시한 또 하나의 과제는 배터리 소재 사업의 가치사슬 확장이다.
회사는 주요 경쟁사들과 비교해 소재 내재화 역량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국내 대표적 양극재 제조사들은 그룹 차원에서 원료(리튬, 니켈 등), 중간소재(전구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
▲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엘앤에프 양극재 3공장. <엘앤에프>
반면 엘앤에프는 이런 부분을 외부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 부회장은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양극재 순환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LS그룹과 손잡고 전구체 합작법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을 설립한 뒤 2025년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LS그룹과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하이니켈 양극재뿐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음극재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는 계획도 세웠다.
회사는 최근 북미 전기차용 LFP 배터리 업체인 아워넥스트에너지(ONE)와 LFP 양극재의 중장기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MOU) 맺고, LFP 양극재 상용화 물꼬를 텄다.
음극재 사업은 일본 화학회사 미쓰비시 케미컬그룹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최근 경쟁사보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으나, 연중 예상되는 다수 수주 건과 함께 전구체 합작법인을 통해 양극재 사업 수직계열화, 양극재 포트폴리오 다변화, 음극재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