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 매각을 둘러싸고 물밑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가 적격인수후보를 선정하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매각 대상의 재무정보를 제공했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가치를 놓고 고평가 논란이 나온다. |
인수 후보들은 기업가치를 산정할 기초정보를 얻게되자 됐는데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기업가치가 무려 2조 원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나오며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예상 매각가격으로 1조7500억 원~2조 원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 약 8400억 원보다 화물기 사업에 두 배 이상 가치가 매겨진 셈인데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는 반응이 많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살펴봐도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1조5천억 원에 취득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번 매각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매각 측이 먼저 거래를 깰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달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이 선정된 매수인을 승인해야 화물기 사업 부문의 매각절차가 실행됨과 함께 기업결합 승인이 확정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업가치 2조 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으로 현실성이 적다"며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고평가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고 봤다.
물론 매각 측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을 떼내야한다면 ‘제 값’은 받아내는 편이 이롭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대금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23년 말 별도기준으로 차입금 2조8176억 원을 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3년 순금융비용으로 3250억 원을 썼는데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쓴 852억 원의 4배에 육박한다.
인수합병이 확정될 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으로 투입하는 금액은 총 1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현금을 5조 원이 이상 보유한 대한항공에게 재무적으로 부담될 수준은 아니다.
박종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제외하고 여객사업만 인수한다면 사업 매각대금 유입을 통한 재무부담 일부 완화, 화물부문의 잠재적인 통합비용 축소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매각은 초기 단계부터 ‘깜깜이 매각’이라는 말이 많았다. 매각주관사가 배포한 투자설명서에 매각 대상의 손익, 자산, 부채 등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인수의향을 가진 기업들로서는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은행업계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예상매각가격은 5천억~7천억 원이었다.
매각 측은 적격인수후보로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항공사 4곳을 선정했다. 이들 적격인수후보들은 예비입찰 이전 수령한 투자설명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구체적인 재무 현황을 제공받지 못했음에도 응찰했다.
LCC들이 화물기 사업 인수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두고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화물 사업을 양분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을 통해 사세를 확대하고 여객에 치우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부문 인수자로 선정된 기업은 유럽연합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인수를 확정할 수 있다. |
일부에서는 인수보다 실사에 목적을 두고 응찰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사에 참여한다면 경쟁기업의 내부 정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후발주자들에게는 선두기업의 현황과 노하우 등을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 매각은 앞으로 약 6주간 실사를 거친 뒤 다음 달 중 본입찰을 실시한다.
또 다른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측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연합의 최종승인이므로 인수희망가격보다는 확실하게 유럽에 화물기를 띄울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