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비용 절감을 위한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이 기간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는 9조9740억 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도 2022년 9월 59.4%에서 2023년 9월 84.7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23년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한데 이어 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급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1395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했을 것”이라며 “2024년에는 전반적 업황 회복 방향성을 감안할 때 11조6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24년 설비투자 규모를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인 12조 원 정도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DR5,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D램은 최근 시황 개선 조짐이 보여 수요가 많은 제품은 당연히 최대한 생산하고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해나갈 것”이라며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경쟁자인 삼성전자도 올해 2024년 HBM 공급 역량을 2023년 대비 2.5배 늘리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축소한 2023년에도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리며 반도체 업황 반등의 시기를 준비한 만큼 SK하이닉스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충북 청주공장(M15) 내 HBM 패키징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HBM은 기존 D램과 달리 쌓아올린 반도체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이 필요한데 이 설비를 청주공장에 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속도조절에 들어갔던 청주공장 설비투자가 다시 빨리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의 일부 라인을 1a(10나노급 4세대) D램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1y(10나노급 2세대), 1z(10나노급 3세대)와 같은 구형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생산량 증가보다 라인 전환에 따른 생산능력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