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주항공의 사세가 급격히 커지는 기점이 될 수도 있지만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악화된 재무지표를 개선 중인 제주항공에 대한 모기업 애경그룹의 지원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참전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4파전으로 바뀌고 있다.
제주항공이 끼자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인수의향을 내비친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소규모 항공사들은 자금여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업계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가치를 5천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보유량은(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3456억 원으로 매각 예상가격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운영자금 소요를 감안하면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지원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469%로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재무건전성이 완전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1조 원 규모의 부채도 함께 떠앉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전폭적인 재무지원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항공사업이 애경그룹의 근간이 된 사업 분야와 이질적이지만 제주항공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2020년부터 제주항공은 3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AK홀딩스는 모두 2669억 원을 투입했다. 지주사 AK홀딩스가 지난해 12월 IT 서비스 계열사 에이케이아이에스를 제주항공에 현물출자한 것도 제주항공의 재무지표 개선 목적이 강했다.
김 사장은 화물사업을 키워 여객 사업에 쏠린 기존 사업포트폴리오에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 항공업계에서는 화물사업과 여객사업의 업황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화물사업을 하던 대형항공사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여객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졌던 저비용항공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내며 위기를 겪었다.
김 사장은 2022년 초부터 항공화물·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제주항공의 신사업으로 점찍고 육성에 나섰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업 초기단계로 존재감은 옅다.
제주항공은 화물기 2대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248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화물전용기 11대를 가지고 매출 1조1354억 원을 냈다.
이 같은 차이는 사업구조와 영업역량 등에서 비롯됐다. 제주항공 화물기체는 기존 여객기 B737-800을 화물기로 개조한 것으로 1대당 적재용량은 23톤에 불과하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기종인 B747F의 적재용량은 100톤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한다고 해서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화물 사업은 물류대란 수혜로 큰 이익을 벌기도 했지만 원래는 손익이 불안정한 사업이었다"며 "특히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11대는 평균기령이 27년으로 노후화 되어있다"고 봤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시정조치안에 담을 것을 요구해서다.
▲ 김 사장은 2022년부터 항공화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이를 키우고 있다. 제주항공의 두 번째 화물기 도입기념식이 인천공항에서 열리는 모습. |
그동안 제주항공은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다. 경쟁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독과점 노선에 신규 진입할 항공사로 지목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 1월부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고 엔데믹 시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