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박정호 부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직위가 크게 바뀌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표이사는 맡지 않음으로써 2선으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 각자대표를 맡기는 하지만 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권한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조대식 의장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은 SK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올라섰다.
최창원 부회장은 당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고사했으나 최태원 회장이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의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힘을 모을 필요성이 크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오너일가일 뿐만 아니라 1964년생으로 아직 50대다. 이에 따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부회장은 조대식 부회장보다 4살 어리다.
이번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지동섭 사장과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정재헌 사장은 각각 1963년, 1968년생이다.
당시 SK그룹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당시 60대였던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등이 물러났다.
대신 조대식 의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고 당시 김준 SK에너지 사장과 박정호 SKC&C 사장이 각각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그룹경영의 주축을 맡았다.
최태원 회장은 이들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외형확대 전략을 펼쳤고 이는 결국 SK그룹이 재계 2위에 오르는 성과로 돌아왔다.
하지만 SK그룹의 확장 정책은 최근 그룹 재정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SK그룹의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2018년 말 40조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말 70조7600억 원, 2021년 108조9천억 원, 2023년 1분기 말 116조3700억 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기성 차입급 비중도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최태원 회장이 10월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예전의 성공방정식 만으로는 현재 SK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어려움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