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신주과학단지에 신설하려던 1.4나노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이 무산되며 가오슝시 정부가 수자원 공급 능력을 앞세워 적극 유치에 나섰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신주과학단지에 신설하려던 1.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공장 구축 계획을 철회한 뒤 타이중과 가오슝 등 다른 지역에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반도체공장 건설에 충분한 수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산업용수 공급 계획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가오슝이 유력한 위치로 거론되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는 23일 “TSMC의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이 무산되면서 가오슝이 2나노에 이어 1.4나노 공장 유치를 위해 수자원 공급 상황 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TSMC는 2027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1.4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만 신주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신주과학단지는 TSMC 본사가 위치한 연구개발 중심지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사유지를 TSMC 공장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토지 수용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여론이 꾸준히 힘을 받았다.
TSMC는 결국 1.4나노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한 뒤 다른 지역에서 후보지를 찾겠다고 발표했다. 미세공정 기술 도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1.4나노 수준의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력과 도로, 거주지역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수자원 확보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산업용수를 필요로 하는데 대만에 2021년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리스크가 계속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대만 중부 타이중에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물 공급 리스크에 직면해 관련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타이중시 정부는 TSMC 반도체공장 건설이 지역 주민들의 물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장기간 승인 절차를 미뤘고 결국 해당 공장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건설을 확정했다.
새로 추진되는 1.4나노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남부에 위치한 가오슝시는 TSMC 공장 유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수자원 관리당국에 충분한 물 공급 여력을 갖추고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가오슝시 관계자는 이날 수자원보호청에 공개 질의를 통해 TSMC의 신규 공장에 공급할 10만5천 톤 분량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물었다.
수자원보호청은 모두 2곳의 하수 처리장에서 10만5천 톤의 재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며 TSMC 1.4나노 공장이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TSMC 공장이 위치한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물을 공급하는 바오샨 제2댐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
당국 관계자는 “가오슝의 수자원 재활용 계획은 다른 국가 또는 대만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앞서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점차 재활용수 사용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대만에 위치한 반도체공장 내부에서도 자체 물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해 2022년 기준으로 90%에 육박하는 물 재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오슝시 정부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수자원 재활용 인프라를 통한 물 공급 능력을 적극 앞세워 TSMC 1.4나노 공장 유치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TSMC 입장에서도 신주과학단지에 공장 건설이 무산된 상황에서 타이중시에 수자원 부족 리스크를 감수하고 후보지를 찾기보다 가오슝에 신공장 구축을 추진하는 일이 긍정적일 수 있다.
가오슝은 TSMC가 당초 28나노급 구형 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려 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7월에 돌연 2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쪽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당시 TSMC가 타이중시 정부에서 2나노 생산공장 설립 승인을 받지 못 할 위기에 놓이자 인프라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가오슝을 새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1.4나노 반도체공장도 가오슝에 들어선다면 TSMC가 신주과학단지 등 특정 지역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2나노 및 1.4나노 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두 기업 모두 2025년부터 2나노, 2027년부터 1.4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다만 단기간에 가오슝에 첨단 반도체공장 건설이 연이어 진행되는 만큼 TSMC가 실제로 전력 및 수자원 등 인프라를 적기에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