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0-05 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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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연구원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147억 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과기부 산하 25개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R&D 사업 198개에 편성된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와 비교해 19% 감소한 5148억 원으로 파악됐다.
▲ 박완주 의원이 5일 내년 12대 국가전략기술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완주 의원실>
12대 국가전략기술 R&D 예산은 차세대원자력 분야 9400만 원 증액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대거 삭감됐다. 예산 감소 비율이 높은 분야를 살펴보면 △첨단로봇 34% △이차전지 29% △인공지능 28% △첨단모빌리티 27% 등이었다.
개별사업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수행하는 인공지능 분야 사업인 ‘국가지능화 융합기술개발로 혁신성장 동인 마련’ 사업 예산이 54억4400만 원 삭감돼 가장 많이 감액됐다.
예산이 아예 마련되지 않은 사업도 있었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첨단로봇 과학공학 및 산업공공분야 초고성능컴퓨팅 기반 구축’ 사업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박완주 의원은 “대부분의 과학기술 R&D는 단기적 성과도출보다는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12개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선언하고도 정작 과기부 산하 연구원의 국가전략기술 연구비를 무려 19%나 삭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애초 12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앞으로 5년 동안 24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또한 3월9일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안)’을 통해 기술주권 및 미래성장 기반 확충을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에 R&D 등 투자를 확대할 것을 의결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 투자방향이 감액으로 바뀐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이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3.7%로 2024년 예산안도 올해 대비 4.4% 증가한 32조 원 편성을 전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 이후로 다시 작성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선 정부R&D 예산 평균증가율이 0.7%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앞으로 5년 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 지원은 제자리걸음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국가재정운용계획과 국가과학기술자문위에서 의결한 정부의 R&D 투자 방향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무용지물이 됐다”며 “과기부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라도 당초 계획했던 미래성장 엔진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