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9-24 16: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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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3분기 석유화학 사업과 배터리소재 사업에서 모두 수익성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업 모두 원자재 가격 변동이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LG화학의 최대 무기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의 장점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른 사업다각화를 이룬 LG화학은 배터리소재 안에서도 여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 LG화학이 올해 3분기 석유화학 사업과 양극재 사업에서 모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으로서 LG화학의 사업다각화 장점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억 원 이상 후퇴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주 요인으로 석유화학뿐 아니라 배터리소재 사업의 동반 부진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LG화학 3분기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는 7948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인 9012억 원보다 12% 줄어드는 것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과 배터리소재 사업은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두 사업 부문 모두 3분기에 부정적 변곡점이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화학 사업은 적자의 재확대, 양극재 사업은 본격화 뒤 첫 영업손실이다.
우선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다시 대규모 영업손실이 전망됐다.
가장 최근인 18일 LG화학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3분기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이 영업손실 1487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들어 분기별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고 있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660억 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1분기 510억 원, 2분기 130억 원으로 손실 규모를 축소했다.
그런데 3분기에 다시 큰 폭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핵심 요인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이다. LG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한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6월30일 배럴당 75.55달러에서 9월22일 배럴당 93.05달러로 올랐다. 3분기에만 23%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나프타 가격은 톤당 534달러에서 719달러로 35% 상승했다. 이에 석유화학 기업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지난해 4월 이후 200달러 안팎을 나타냈다.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넘지 못하는 수치다.
원료 가격은 상승하는 가운데 수요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시장 상황은 고스란히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소재 부문도 주력인 양극재 사업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은 3분기 양극재 사업에서 영업손실 163억 원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LG화학이 본격적으로 양극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난해 이후 첫 적자 전망이다.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료인 리튬 가격이 공급 과잉 탓에 하락한 것이 주원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킬로그램(kg)당 580위안을 넘어선 뒤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3분기로 한정해도 분기 초 300위안에서 9월21일 156위안으로 하락했다.
양극재 가격은 리튬 등 원료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다. 3분기에는 과거 비싼 가격에 산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낮은 가격에 팔게 되는, 일명 부정적 래깅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LG화학 양극재는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 배터리 합작법인)로의 출하량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완성차업체로 납품되는 출하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의 기존 투자포인트인 배터리소재 부문의 실적이 기대보다 낮아지고 석유화학은 부진한 업황이 장기화하며 사업 정상화 신호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6만 원에서 68만 원으로 내려 잡았다.
그러나 석유화학 기업으로서 LG화학의 사업다각화라는 가장 큰 무기는 여전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사업다각화의 가장 큰 축이었던 양극재 사업이 3분기에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존 석유화학에 쏠려 있던 리스크를 분산해 둔 것은 의미가 크다.
최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9월 들어 일부 범용 플라스틱 제품(폴리프로필렌·폴리에틸렌) 가격이 소폭 반등한 것을 근거로 석유화학 업황 반등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중국발 수요 급증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등 고유가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에 지속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산업 신용도 하향압력 완화 가능한가’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중국 및 글로벌 수요 약세, 올해 하반기 유가 상승세 전환 등을 고려하면 2024년에 들어서야 마진 개선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중국 자급률 상승, 중국 외 대체 시장 확보의 어려움, 고유가 상황 아래 원가경쟁력 열위 등으로 이전 호황기 대비 낮은 수준의 수익성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극재 사업에서는 낮아진 리튬 가격이 실제 원가에 반영되는 4분기부터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 눈높이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 고가의 원재료 투입이 마무리된 뒤 4분기부터는 마진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은 사업다각화 작업에 계속 열을 올리고 있다. 새 성장동력 육성과 함께 리스크 분산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이날 발표한 LFP 양극재와 같이 배터리소재 분야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24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본격화했다. 중국 화유그룹과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모로코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다.
▲ LG화학은 24일 화유그룹과 모로코 공장을 통해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LG화학 및 화유그룹 관계자들이 22일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LG화학 >
국내 배터리3사의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용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서 중국 기업들의 핵심 먹거리인 LFP 배터리용 양극재로 발을 넓히는 것이다. LFP 양극재는 NCM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위 LG에너지솔루션과 2위 CATL의 점유율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하다. 1년 전 격차가 7.9%포인트였던 것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세계적으로 LFP 양극재는 LG화학으로서 놓치기 힘든 시장이 된 셈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이외의 분리막, 음극재 등 다른 배터리 핵심 4대 소재도 바라보고 있다.
LG화학 분리막 분야에서는 일본 도레이와 협업을 통해 이미 헝가리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음극재는 고성능 제품 발굴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 아래 단에서는 탄소나노튜브(CNT, 양극재의 충·방전 효율을 증가), 음극바인더(음극 활물질의 안정화 작용), 양극분산제(양극 도전재를 양극재에 균일하게 분산) 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는 지속적 증설을 통해 2025년 연간 생산능력이 현재(2900톤)의 2배 이상인 6100톤으로 늘어난다.
한국기업평가는 ‘석유화학: 춘래불사춘, 봄이 오겠지만 봄 같지 않을 수도’ 보고서에서 “LG화학은 다른 석유화학기업들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업황 등락 속에서 꾸준한 투자를 통해 국내 경쟁사와 비교해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우위에 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