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재무건전성 등을 높이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있는 하나금융지주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에서 매물의 경쟁력, 그룹 내부와의 시너지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매각 성사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실익만 따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원칙만 따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이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데에는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KDB생명의 이번 유상증자 부담은 산업은행이 대부분은 떠안을 가능성이 큰데 새 주인의 자본 수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를 감수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KDB생명은 앞서 2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425억 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이다.
KDB생명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으로 이들은 공동으로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을 통해 지분 92.7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은 앞선 사례에 비추어 산업은행만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이 2018년 진행한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산업은행만 참여했다.
산업은행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1조2천억 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산업은행의 KDB생명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인수 결정에서 산업은행의 매각 노력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DB생명 매각 주체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고 산업은행에게 KDB생명 매각은 숙원 과제다. KDB생명 인수 여부가 정부 등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하나금융지주에게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
KDB생명은 당장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으로 맞추려면 5천억 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KDB생명 유상증자 추진으로 새 주인의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KDB생명의 유상증자 결정은 자본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면서도 “이번 증자가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KDB생명은 2일 1425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융업계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추후 다른 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생명보험사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KDB생명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보기도 한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앞서 5월에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75% 비율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또 같은 달 콜옵션(조기상환) 기한이 도래했던 KDB생명의 2억 달러(2018년 발행 당시 기준 약 216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인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 원칙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는 7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DB생명 관련해 대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 등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런데 현재는 매각 초기 단계이고 구속력이 전혀 없는 논바인딩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인수합병 원칙이 바뀐 것은 없다”며 “대상 매물이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룹 내에서도 시너지 창출이 추가적으로 가능해야지만 투자나 인수합병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지주는 7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8월 초 실사에 들어갔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