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3-07-11 13: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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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이 재건축 사업에 대한 혜택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리모델링을 할 수밖에 없는 단지에도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늘릴 수 있는 세대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용지부족 등 한계가 존재한다. 내력벽 철거, 수직증축 등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성 보완 필요성이 떠오른다.
▲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사업에 혜택을 주면서 리모델링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단지에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연합뉴스>
1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경기 수원에서 전국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연합회)가 결성돼 정부의 리모델링사업 정책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봉철 수원 매탄동남아파트 조합장 겸 연합회장은 결성식에서 “3월 말 기준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140곳, 11만 세대에 이르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정부의 제도나 지원들이 다소 괴리감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리모델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리모델링사업에도 당근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4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사업을 할 경우 세대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기존에는 세대수를 15% 늘릴 수 있었는데 21%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다만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는 이미 가용가능한 부지에 주택을 지어 분양을 한 상황이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이 사실상 막혀있어 별동·수평 증축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대수 증가 혜택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용적률이 200% 이상인 단지에선 현행 주택법에서 정한 15% 세대수 증가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리모델링사업 세대수 증가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을 따르고 있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아래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사업과 구분된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과 다르게 별도의 공공기여(기부채납)를 하지 않고도 세대수를 늘릴 수 있다.
서울시는 열악한 노후계획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재건축사업 때 용적률을 상향하는 조건이 공공기여인 만큼 리모델링사업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리모델링사업보다 재건축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에 최대 500%까지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제3종일반주거지역 법정 용적률 300%(서울시 조례 250%)가 넘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이촌동에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빙고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지난 5월24일 수정가결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되면 법정 용적률 상한 500%(서울시 조례 400%까)지 용적률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단지가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사업을 하기란 불가능한 만큼 리모델링사업 대책을 적절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용적률 완화는 역세권 아파트에 한정돼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비역세권 지역까지 용적률이 완화되면 세대수가 늘어나 교통 인프라 부담이 커지고 출퇴근 시간에 교통 혼잡도가 더 높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SK에코플랜트가 서울 지역에서 첫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한 우성아파트. 우성아파트는 서빙고아파트 지구 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가운데 하나다. < SK에코플랜트 >
주민들이 기존 골조를 유지하며 아파트를 짓는 리모델링사업보다 새 아파트를 받는 재건축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리모델링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내력벽 철거 관련 용역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애초 용역 평가를 지난 3월까지 진행한 뒤 4월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내력벽 부분철거를 두고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이다. 현행법상 세대 내 내력벽 철거는 가능하지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는 붕괴 등 안전상 우려로 금지돼 있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다양한 평면 구성과 구조 설계가 가능해진다.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탄생한 단지의 상품성이 높아질 수 있어 리모델링업계에서 용역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 현대2차 아파트는 내력벽 일부 철거 불가 통보를 받고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2월 건축심의를 통과해 2022년 10월 행위허가를 성동구청에 요청했지만 지난 5월 서울시가 안전성의 문제를 들어 내력벽 일부철거가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둔촌현대 2차 리모델링 조합은 강동구청과 기존 건축심의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 공사를 진행해 안전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계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모든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 할 수 없는 만큼 리모델링사업에 관한 현실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