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버티다 버티다 여기까지 왔다. 코로나 전에도 마이너스였다. 남는 게 없었다. 새벽 5시, 6시까지 일했지만 돈을 모을 수 없었다."
인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기선(58) 사장은 24일 참여연대 '자영업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 희망 고문한 거다"며 "참 미련했다"고 자신을 책망했다.
▲ 코로나 기간 부채를 간신히 버텨왔던 최기선 사장은 파산을 결정하고 올해 3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 받았다. |
최 사장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50대에 들어선 2017년 대출을 받아 인천에서 포차를 운영했다. 초반엔 잘 됐다. 차츰 상권 내 경쟁이 심해진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권리금도 안 되는 5천 만 원에 처분해야 했다. 시작할 땐 권리금만 8천 만 원이던 가게였다.
최 사장은 "보증금 2천 만~3천 만원선, 월세가 300만 원이었다. 코로나가 터지자 이걸 한 8~9개월을 밀렸다"고 했다.
월세는 문제도 아니었다. 2020년 이후 한달 수입은 100만 원이 채 안 됐는데 지출은 직원 월급 등 가게 운영비에 가족 생활비, 노모 병원비 등으로 한달 1천 만 원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인수했던 호프집도 큰 부담이 됐다.
최 사장은 "코로나19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월세만 600만 원, 더블이 됐고 이후는 알다시피 9시까지만 영업하라며 시간을 제한하는 상황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기에다 고금리까지 그를 덮쳤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5천 만 원도 되지 않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4억 원을 훌쩍 넘겼다. 그가 가족과 자신의 남은 삶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선택은 파산신청밖에 없었다.
최 사장은 "경매 절차가 진행됐으니까 올 겨울이면 내 집에서 퇴거해야 한다. 호프집 보증금 3500만 원도 법원 처분을 받아야 한다"며 "가장이기에 약해져선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도 전했다.
가까운 족발집이나 식당 사장 같은 자영업자들과 매일 얘기를 나눈다는 최 사장은 "모두 얼마씩 지원이라도 해줬던 코로나 때가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한다"며 "다들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50%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했다.
최 사장을 비롯해 이날 참여연대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카페 사업자와 중소상인 등 자영업자들은 전기료, 가스값 등 고정비 부담부터 줄여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미국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시행중인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의 도입, 손실 보상 소급 적용 등도 요구했다.
최 사장은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대출로 대출을 버티고 있다고 했다. 사업을 접으면 대출을 전부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파산 사태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 대출의 상환 유예기간이 9월부터 끝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양적으로 크게 늘어 2022년 말 기준 1020조 원대로 1천 조 원을 넘어섰다. 질적으로도 나빠져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20% 수준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