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페이사업자의 수수료 사업에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우선 도입을 통해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지만 영업비용 증가와 함께 향후 늘어날 수수료 비용까지 더해지게 됐다.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애플페이 수수료 증가에 따른 실적 부담을 안게 됐다. |
현대카드는 앞서 3월21일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고객들이 몰리며 등록이 정체되는 일도 벌어졌지만 하루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이 넘어서는 등 흥행했다.
애플페이에 관한 높은 관심에 현대카드는 출시 한 달 만인 4월 말 약 35만5천 장의 카드를 새로 발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8천 장)과 비교해 156%가 급증했고 새로 카드를 발급한 고객의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덕분에 급증한 카드 발급 실적을 두고 “현대카드 고객은 편리하고 안전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돼 편리한 결제 경험을 먼저 누리고 있다”며 “고객을 위해 애플페이 이용 가맹점을 꾸준히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페이의 흥행에도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하락했다.
현대카드는 2023년 1분기 영업수익 7844억 원, 순이익 707억 원을 거뒀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영업수익은 17.6% 늘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8.1% 줄었다.
현대카드는 순이익 하락은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하며 영업을 확대해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1분기 영업비용 6887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20.2% 증가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기간 동안 카드비용이 17.9%, 이자비용이 80.2%, 판매관리비가 4.8% 증가했다.
다른 대형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올해 판매관리비를 각각 2.5%, 4.4%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으로 영업비용을 크게 늘려 줄어든 순이익은 고객들이 애플페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수익이 증가할 2분기 이후부터는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 협업으로 추가 비용을 내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로부터 약 0.1~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페이도 비슷한 규모의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페이는 이용 건당 0.15%의 수수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페이는 올해 3월 기준 국내 페이 시장에서 점유율 23.6%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약 63%가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삼성페이를 무시하고 카드 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삼성페이가 현대카드에 애플페이만큼의 수수료를 요구해도 거절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게다가 국내 1위 페이사업자인 삼성페이가 결제 수수료 첫 테이프를 끊는다면 부담이 줄어든 다른 페이사업들도 그 뒤를 줄줄이 이어 수수료를 요구하게 될 수 있다.
국내 페이 시장에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쿠팡페이, 쓱페이 등 29곳의 사업자들이 모두 50.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곳이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삼성페이와 함께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3곳만으로도 국내 카드사 실적에 부담이 될 만한 규모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한 데다 경기 불안으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으로 고려할 때 페이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현대카드는 올해 전체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