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버용 반도체 위탁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TSMC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자체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텐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자체 기술로 설계하는 새 서버용 반도체 위탁생산을 대만 TSMC가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구글 ‘픽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지만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협력을 미래 신사업의 핵심인 서버 분야까지 넓히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14일 IT전문지 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이른 시일에 상용화를 목표로 자체 서버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서버용 반도체 코드네임은 ‘메이플’과 ‘사이프레스’ 2종으로 나누어진다. 모두 ARM의 반도체 설계기반(아키텍쳐)를 활용하며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이 적용된다.
메이플은 미국 반도체기업 마벨테크놀로지의 제품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사이프레스는 이스라엘에 위치한 구글의 자체 반도체 연구팀을 통해 설계된다.
구글은 인텔에서 25년 동안 CPU 설계를 담당한 유리 프랭크를 영입해 2021년부터 서버용 반도체 개발팀을 이끌도록 했다. 이런 성과가 자체 서버용 반도체 출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구글은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구글이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도 직접 개발한 ‘텐서’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협업하며 텐서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IT전문지 기즈차이나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픽셀8의 텐서G3 프로세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글은 서버용 반도체 생산에는 삼성전자 대신 TSMC를 협력사로 선택했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이플 프로세서는 이미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TSMC에서 시험 생산을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사이프레스 프로세서는 2분기 중 TSMC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처음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서버용 반도체의 대량 생산은 내년 하반기로, 데이터서버에 본격적 적용은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그동안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다.
구글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업해 왔고 최근에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메타버스 분야에서 손을 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GSM아레나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구글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이어 서버용 프로세서 생산도 담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난해부터 반도체업계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 신사업에 핵심인 서버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결국 TSMC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하기로 한 점을 볼 때 아직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구글에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최근 챗GPT의 대항마로 꼽히는 자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바드’를 공개했다. 앞으로 검색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술 특성상 데이터서버의 연산 능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구글의 자체 서버용 프로세서 상용화를 계기로 서버 투자도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
더인포메이션이 보도한 내용과 같이 삼성전자 대신 TSMC가 서버용 반도체 파운드리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독차지한다면 삼성전자가 구글과 오랜 협력을 통해 거두는 성과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
구글에 이어 퀄컴과 AMD 등 서버용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도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를 선호하는 추세가 더욱 짙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서버용 프로세서가 인텔이나 AMD의 프로세서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20~40% 끌어올리는 계획도 추진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