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월드컵을 중계한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았다.
월드컵 중계권은 지상파 방송사가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사들여 다시 인터넷포털기업에 재판매하고 있다. 재판매 금액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최소 수십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 3사(KBS·SBS·MBC)가 2018년 월드컵 중계권료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지불한 금액은 약 1030억 원이다. 2022년에는 1200억 원대로 증가해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중계권을 재구매한 인터넷포털기업의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월드컵에서 비싼 비용 문제로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았던 네이버가 4년 전보다 가격이 더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중계권 계약을 맺은 것은 오픈톡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오픈톡은 이미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네이버는 월드컵을 앞두고 오픈톡에 대한 대대적 홍보를 벌였다. 그 결과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진행된 4일 동안 오픈톡에서 생성된 응원톡은 모두 173만8155개였다.
응원톡 숫자가 접속자 수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 한 경기가 2시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당 26만 건 이상의 대화가 오고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월드컵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오픈톡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커뮤니티’ 서비스의 성장을 도모하려고 한다.
현재 스포츠에만 국한돼 있는 오픈톡 주제를 드라마, 증권, 날씨 등으로 넓혀 더 많은 사람들의 유입을 증가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도 11월7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포츠, 드라마, 증권, 이슈 키워드 등 실시간 커뮤니티 니즈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오픈톡 참여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광고, 커머스, 플레이스 등 사업과 연계를 통해 사업적, 재무적 시너지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월드컵 기간에 오픈톡이 평소보다 활성화될 것을 예상했음에도 오픈톡에 아직 광고를 삽입하지 않았다. 당장은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와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네이버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야 매출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광고는 네이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는 앞으로 오픈톡에도 광고를 넣어 실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서치플랫폼(검색광고, 디스플레이광고)부문에서 모두 896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특히 네이버의 광고 사업은 3분기가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데도 지난해 3분기보다 8.0%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관심사다”며 “당장은 오픈톡에 광고를 넣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려 대상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