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10-17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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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기술주 주가가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 이어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까지 여러 악재가 겹치며 더욱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술주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시 붐을 타고 시중 유동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빠르게 올랐고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다수 포진했다.
▲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기술주 주가가 미국의 긴축기조와 카카오 사태 등 여러 악재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네이버 사옥.
하지만 올해 들어 그 어느 업종보다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며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안에서 모두 밀려날 상황까지 놓였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외에도 IT기술업체와 경쟁하는 기존 제조업체의 사업성격 변화, 자회사 분사 및 상장을 통한 성장 방식 등도 국내 IT기술주 주가 부진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4일 기아에 밀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0위(삼성전자우선주 포함 순위)로 내려앉은 뒤 좀처럼 9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이날 0.91%(1500원) 오른 16만7천 원에 장을 마치며 시총 27조4천억 원을 보였다. 시총 9위인 기아 주가가 0.43% 내렸지만 여전히 5천억 원(1.7%)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시총 11위인 셀트리온의 시총이 2달 전만 해도 30조 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사리 10위권 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다른 국내 대표 IT기술주인 카카오는 8월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6일에는 셀트리온에 밀려 12위까지 내려앉았다.
올해를 시작할 때만해도 네이버는 시총 3위, 카카오는 6위였다.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가 상장했을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 카카오뱅크 등 3개 종목이 시총 10위 안에 든 것과 비교하면 1년2개월 사이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코스피 시총 10위 안에 드는 것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국내산업의 흐름과 미래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가 부동의 시총 1위를 지키는 가운데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현대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 제조업체와 인프라업체가 시총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5년 전인 2017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가 시총 10위 안에 들기 시작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기술주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시총 10위 안에 새롭게 포진했다.
국내 IT기술주는 기본적으로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이후 시장에 풀린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며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올해 들어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가며 순위가 크게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주는 긴축시기에 안정적 종목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기술주에 포함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차입금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 시기에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투자를 받는 데도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클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주말 일어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IT기술주는 앞으로 주가를 더욱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 번의 사고로 카카오톡 등 주요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다는 치명적 불안이 확인된 만큼 재발방지를 향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시스템 운영 리스크는 지속해서 IT기술주 주가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1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시설이 입주한 경기 성남 SK판교캠퍼스 전기실 등 화재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국정감사를 통해 카카오 사태를 철저히 따져볼 준비를 하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일 수 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종합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감 과정에서 관리의 근본적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공개적으로 대규모 보상비용을 약속하게 되면 주가는 또 다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코스피 시총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향후 IT기술주 주가에 반가운 일은 아니다.
코스피200 ETF(상장지수펀드) 등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다수의 펀드상품은 시총 비중별로 종목을 담는다. 시총 순위가 밀리면 그만큼 투자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적 요인 외에도 국내 기존 제조업의 사업 성격변화, 테크기업의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 등 대내적 요인도 국내 IT기술주 주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바라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을 다시 역전하며 예전의 위상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데 완성차 판매 확대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시대 자율주행과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사업 육성에 힘을 싣는 점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기존 제조업체가 굴뚝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첨단기술을 탑재하며 IT기술업체와 미래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투자가 분산되는 효과가 나는 셈이다.
국내 IT기술주들이 성장을 위해 자회사 상장 카드를 자주 꺼내든 점도 긴축 시기에 투자심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식은 요인으로 평가된다.
▲ 2021년 11월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을 연이어 상장하며 쪼개기 상장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웹툰, 네이버페이 등 자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시장에서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기서 기업들이 기존 주주에게 분할한 자회사의 지분을 주지 않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나눈 뒤 상장을 추진했는데 이는 기존 기업의 가치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나스닥에 애플 상장사는 하나”라며 “카카오는 플랫폼기업이지만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중복상장’ 카드를 꺼내 성장을 했고 그러다 보니 기존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 흐름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이날 리포트에서 “카카오는 이번 일로 유저 이탈 가능성, 브랜드 이미 하락 등의 우려가 있지만 이번 일은 카카오의 국내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며 “단기간에 카카오를 대체할 서비스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복구가 잘 마무리되면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김진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리포트에서 “이번 이슈는 단기 주가에는 부정적이나 서비스 복구 이후 유저 트래픽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지금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카카오 주식의 투자의견 매수(BUY), 목표주가 6만3천 원을 유지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네이버의 미국 플랫폼업체 포시마크 인수는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적자 회사 인수에 따른 이익 추정치 하향 역시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윤 연구원은 다만 네이버의 최근 주가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3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낮춰 잡았다. 투자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