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한진> |
[비즈니스포스트] "섹시하지 않은 물류를 섹시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진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전 2025’와 한진의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 등이 참석했다.
‘로지버스 아일랜드’는 한진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한 가상세계로 '마케팅 전문가'인
조현민 사장이 진두지휘한 결과물이다. 어렵고 친근하지 않은 물류를 쉽게 풀고자하는 조 사장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물류가 전통적으로 어렵고, 재미없고 부담스러운 부분을 업계 리더로서 물류를 좀 더 재밌게 쉽게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며 "한진의 제품은 자신있지만, (사람들이) 제품을 모르는 게 안타까워서 더 친근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지버스 아일랜드에는 한진이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물류세계를 모티브로 한 미래형 풀필먼트센터, 택배 터미널, 해상운송·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까지 모두 4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됐다.
조 사장은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소비자들에게 한진을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의 장, 한진의 디지털 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 사장은 트렌드가 된 메타버스를 통해 미래 물류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조 사장은 “메타버스가 주목받으면서 단순하게 물류의 필요성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며 “하지만 인류가 있는 이상 밥을 먹어야 하고 소비해야 하므로 오프라인 물류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10년 이후에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렌드와 함께 가면서 한진이 미래 물류의 모습을 주도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포지션을 구축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구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조 사장은 한진 마케팅 담당으로 복귀한 뒤 택배업계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Logistics+Entertainment)’를 구축하면서 새 길을 만들고 있다.
이번 메타버스도 조 사장이 선보인 로지테인먼트 가운데 하나다. 앞서 한진은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내놓은 ‘택배왕 아일랜드’와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내놨는데 이 또한 모두 조 사장의 작품이다.
조 사장은 "최근 물류업계가 처한 환경이 어렵고 힘들다"며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의 론칭을 기회로 삼아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 2025’를 발표하고 있다. <한진> |
이날 한진은 대규모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현재 2배 수준인 4조5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진의 1조1천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잡혔다.
먼저 풀필먼트·인프라 구축을 위해 8천억 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계획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 할당됐다.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와 수도권에 제2의 허브를 구축하고 전국 거점지역에 풀필먼트센터도 확보한다.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는 2024년 운영을 목표로 구축되고 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여러 서브 터미널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한진은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4% 수준의 택배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1500억 원을 투자한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법인 설립을 비롯해 해외 풀필먼트센터, 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
플랫폼, 정보기술(IT), 자동화 등 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1500억 원을 투자한다.
유통과 물류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한진의 물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물류 프로세스 자동화에 힘을 쓴다.
재원 마련은 기본적으로는 차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 사장은 “사업을 통해서 6천억 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며 “필요하다면 회사채를 발행할 것인데 2024년이나 2025년 1천억~1500억 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한진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노 사장은 앞서 한진이 부산 범일동 부지를 대우건설에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사례를 들었다.
노 사장은 “범일동 땅과 같이 활용되지 못하는 부동산이 약 9곳 정도 있다”며 “이를 매각하면 2천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두고는 항상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 사장은 “한진이 인수합병 DNA가 약한 건 사실이다”며 “한진이 규모나 능력에 비해 글로벌사업이 약하기 때문에 인수합병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현민 사장도 “조양호 전 회장은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인수합병을 제안하면 항상 ‘우리가 직접 하자’고 했다”며 “직접 하는건 품질 관리가, 인수합병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크기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이 아니라 사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수합병은 항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진은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매출을 2021년 기준 매출 2조5041억 원, 영업이익 994억 원에서 2025년 매출 4억5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