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이른바 ‘미닝아웃’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미닝아웃은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을 합친 신조어다.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사회적 가치 등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 페이퍼팝이 제작한 침대프레임. <페이퍼팝> |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 소비 트렌드가 바로 ‘친환경’이다.
MZ세대는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M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성장할수록 이러한 트렌드는 더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도 친환경 성분 제품 개발, 친환경 용기와 포장재 사용, 환경보호 캠페인 참여 등에 노력을 기울이며 MZ세대의 마음을 붙잡는 데 애쓰고 있다.
가구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버려지는 폐가구는 5천 톤이 넘는다. 매립이나 소각 과정에서 환경오염도 일으킨다. 1~2인가구가 증가하고 이사 횟수도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버려지는 가구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가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페이퍼팝이 주목을 끌고 있다.
페이퍼팝은 2013년 설립된 종이가구 제조회사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 책장, 수납장, 칸막이, 옷장을 비롯해 침대 프레임까지 만든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이사는 종이상자 생산회사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종이가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들이 너무 아까워 활용방법을 고민하던 가운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종이침대가 사용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일반 가구는 플라스틱이나 합성목재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쓸 수 있지만 재활용이 쉽지 않아 폐기물로 나오면 대부분 소각·매립된다. 썩는 데도 10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반면 페이퍼팝의 종이가구는 일반 가구보다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 내구성은 5년 정도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1~2인가구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종이로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 피해가 적고 매립하더라도 2~3년이면 모두 분해된다.
실제 페이퍼팝 구매 연령대는 20~30대 고객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하더라고 품질이 떨어진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종이로 만든 가구는 저렴한 만큼 내구성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따라붙을 수 있다.
페이퍼팝은 특수 배합된 골판지를 사용해 목재 못지않은 내구성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발수코팅을 적용해 습기나 물이 묻어도 쉽게 젖지 않는다. 종이책장은 최대 180kg, 종이침대는 최대 30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적 설계 및 디자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별도 디자인이나 색깔 적용, 접착제 사용 등을 최대한 자제한다.
또 나사와 못 등 공구 없이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도록 종이가구에 맞는 연결부재도 만들었다. 포장 패키지도 최소화한다.
홈퍼니싱(집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1인가구가 늘면서 가구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1인가구 가운데 MZ세대 비중이 커지면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이용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6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페이퍼팝은 2020년에 연간 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5억 원을 넘어서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페이퍼팝은 소파 등의 종이가구를 개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이를 활용한 반려용품을 내놓으면서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상황에 맞는 선반, 수거함, 칸막이 등도 제작해 공급한다.
또 매출을 20억 원 이상으로 늘리고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한다는 목표도 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