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승마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호텔 및 리조트사업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넥스트의 초대 대표에 내정된 정태희 대표의 직급이 부장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그동안 물적분할로 떼어낸 자회사들의 초대 대표는 모두 상무급 임원들이 맡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승마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세우기로 한 결정을 놓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 전략에 따라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승마사업을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주력 사업이 호텔과 리조트의 운영 및 관리인만큼 이와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보이는 승마사업부문을 떼어내는 것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이번 분사 조치가 아직 한화그룹 내에서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김동선 상무를 배려한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 상무는 2017년 1월 불미스러운 일로 한화건설에서 사직한 뒤 약 4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떠나 있었다.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의 글로벌전략담당 임원으로 복귀한 뒤 약 5달 만인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입사하면서 프리미업사업부 산하 프리미엄레저(PL) 그룹장을 맡았다.
프리미엄레저 그룹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승마장 관리와 승마 관련 신사업을 담당하는 자리다.
당시 한화그룹은 “승마를 향한 애정과 잘하는 것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발적 의지로 계열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선 상무는 실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레저 그룹장을 맡으면서 승마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가 2014년 한화갤러리아승마단 소속 선수로 활동할 때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로얄새들승마클럽을 통해 처음으로 시작한 승용마 경매가 지난해에만 2차례 열리기도 했다.
로얄새들승마클럽의 승용마 경매사업은 김 상무가 “국내 시장이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앞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해 승용마 경매를 기획했다”고 직접 말했을 정도로 그가 애착을 가지고 있다.
로얄새들승마클럽은 2월27일과 3월13일에도 제7회, 제8회 승용마 경매를 진행한다.
김 상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합류한 이후 승용마 경매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은 그가 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승마사업부문이 별도법인으로 분할된 것은 김 상무가 보다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번 사업재편에 따라 프리미엄레저그룹의 팀 이름을 미래전략실로 바꿨다. 김동선 상무의 직책도 미래전략실장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한화넥스트로 이동하게 됐다.
김동선 상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분할회사는 승마장 운영을 비롯해 승용마 생산 및 판매 성장잠재력을 가진 해외 마필 육성 및 판매 등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승마사업의 전문화 및 고도화 추진을 통해서 국내 승마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넥스트의 초대 수장을 맡은 인물은 정태희 대표이사다.
정 대표는 한화건설에서만 오랜 기간 일했다. 미국 시카고 HDSL, 아람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지사장, 플랜트 업무팀장, 해외영업팀장 등을 역임한 뒤 올해 초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 태스크포스장으로 이동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정 대표의 발탁을 놓고 “정 대표는 한화그룹 공채 출신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며 “다양한 해외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의 선진 승마 산업을 국내에서 적용시킬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