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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노조 요구 수준 높아져, 이재용 노사관계 재정립 시험대에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2-08 15: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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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내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사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할 것인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삼성전자 창사 뒤 첫 파업만은 막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노조 요구 수준 높아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노사관계 재정립 시험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8일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022년도 임금 10.0% 인상, 포괄임금제 폐지, 세전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 6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사협의회가 노동조합 행세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며 “삼성 사측이 노사 평화와 상생을 원한다면 공동요구안 협상을 위한 공동교섭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포함해 삼성웰스토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화재, 삼성SDI울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에스원참여. 삼성생명직원, 스테코, 삼성생명금융서비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등 12개사 노조가 참여한 조직이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2021년 1월부터 상급단체를 산별노조인 금속노련으로 변경하고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를 설립해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의 기로에 서 있다.

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측과 4개월 동안 2021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올해 2월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절차를 신청했다. 10일 동안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를 거치고도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삼성그룹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뒤 삼성그룹의 노사관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들에서 전국단위 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속속 들어섰고 일부 계열사는 단체협약도 맺었다. 2019년 11월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 부회장의 선언 뒤 조합원 수가 빠르게 증가해 현재는 조합원이 5천여 명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오랫동안 계열사별로 노조가 설립된 곳에서도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노조가 힘을 얻으면서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임금 인상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임금인상률 7.5%(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를 거부하고 연봉 1천만 원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자사주 1인당 107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안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2021년 51조6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25%는 12조9천억 원에 이른다. 또 삼성전자 직원 11만4373명(2021년 3분기 기준)의 연봉을 1천만 원 일괄적으로 인상하면 고정 인건비만 1조1437억 원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경영 철폐를 선언한 뒤 삼성전자 노조와 첫 교섭인 만큼 잡음 없이 마무리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노조가 파업까지 진행하는 등 극단적 상황까지 간다면 노조를 인정하겠다던 이 부회장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노조와 적정선에서 타협안을 도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행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노조 요구 수준 높아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노사관계 재정립 시험대에
▲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SK하이닉스는 2021년 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300%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이를 두고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도 200%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지만 SK하이닉스에 비해 100%나 적다는 것이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는 올해 1월12월 사내방송에서 “올해 총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지난해 성과에 적절한 보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고 결국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에게 300%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인력난이 확산된 상황에서 이직이 활발한 연초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인력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5월 임단협을 시작했던 것을 대폭 앞당겨 1월부터 2022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등 노조와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무엇보다 인력유출을 막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노조는 10%대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며 각 기업의 성과급과 연봉을 비교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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