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이번에도 롯데제과, 해태제과식품과 다르게 과자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에는 오리온의 의지와 관계없이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17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과 롯제제과 등 국내 제과기업이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으로 줄줄이 과자 가격을 올리면서 제과업계 1위 기업인 오리온의 결정이 주목받고 있다.
오리온은 과자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단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 있는 해외법인과 원·부자재 통합 구매를 통해 원가 상승부담을 상쇄하고 재고관리 등에서 비용 효율화를 꾀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반기에 법인별로 신제품도 출시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과자 가격 인상은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각 해외법인과 원·부자재 통합구매 등의 방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과자 가격을 놓고 롯데제과, 해태제과식품 등 제과기업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이 2014년 7월 그룹 경영을 맡은 뒤로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초코파이’ 등 대표제품의 가격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착한포장 프로젝트는 포장재 개선과 원가절감 등으로 얻은 이익을 과자 가격은 유지하고 과자량은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허 부회장이 취임할 때 제과기업의 과대포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허 부회장은 이런 여론을 적극 받아들여 2014년 11월부터 ‘맛있는 제품을 싸게 판매하고 이익은 모두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착한포장 프로젝트’에 들어갔다고 한다.
착한포장 프로젝트는 오리온의 국내 제과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를 보면 2015년 11월 가격을 유지한 채 양을 20% 늘리고 맛을 개선해 출시했는데 제품 매출액이 2014년 12월보다 약 21% 늘어나는 등 좋은 효과를 봤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2013년 11월 부인 이화경 부회장과 함께 등기이사에서 내려온 뒤 허인철 부회장을 영입하고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 ‘부회장’ 직책을 달아주며 그룹의 경영을 맡겼다.
다만 오리온이 이번에는 과자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식품업계와 증권업계에 적지 않다.
무엇보다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오리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톤당 158달러에서 올해 6월 260달러로 4년 만에 100달러 넘게 올랐다. 기후변화로 내년 밀 등 곡물 생산량 추정치가 더욱 감소하면서 과자제품의 원재료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037억 원, 영업이익 1570억300만 원을 거뒀다.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3% 줄었다.
인건비, 광고비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했음에도 밀가루, 설탕, 감자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원가 부담을 비용 효율화로만 상쇄하기에는 버거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품가격 인상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