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법인 신한라이프로 합병한 뒤에도 설계사조직을 이원화해 성과보상체계와 영업방식 등을 다르게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두 보험사의 순조로운 화학적 결합을 과제로 안고 신한라이프 대표에 내정됐는데 설계사조직을 분리해 운영하는 상태에서 한계를 안게 될 수도 있다.
25일 신한생명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출신 설계사들은 7월 신한라이프 출범 뒤 각각 별도의 영업체계를 갖추게 된다.
두 생명보험사의 보험영업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고 설계사들이 주로 영업활동을 하는 지역과 주요 고객층, 설계사 연령대도 대체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채널은 신한라이프 출범 뒤에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으로 분리해 운영할 것”이라며 “영업체계 일원화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주로 비교적 연령대가 젊은 설계사를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대면영업에 주력하고 신한생명은 전국 단위 영업망을 두고 텔레마케팅과 대면영업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차이가 뚜렷한 만큼 두 생명보험사가 신한라이프로 합병하는 동시에 영업조직을 일원화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업체계를 계속 분리해 운영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보험사 특성상 비교적 강한 성과보상체계를 갖췄는데 영업체계 통합이 추진되면 오렌지라이프 설계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 이유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 영업체계가 별도로 운영되는 것은 그동안 신한금융에서 강조해 온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화학적 결합’ 목표와 다소 동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물리적으로 합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 사이 위화감 해소와 조직문화 융합 등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성 사장도 지난해 신한금융 연말인사에서 신한라이프의 실질적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이끌어 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연임하면서 일찌감치 신한라이프 대표이사에도 내정됐다.
그러나 보험사에서 핵심이 되는 영업조직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 설계사들로 이원화된 상태에서 진정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회사가 합병한 뒤 기존의 소속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게 되는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어느 한 쪽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가능성이 처음 거론됐을 때부터 두 보험사가 통합해도 결국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나왔다.
두 회사 조직문화에 차이가 크고 업무체계를 일원화하기도 쉽지 않아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병을 결정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생명보험사 통합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런 문제를 두고 어느 정도 해결방안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라이프에서 영업조직 이원화체계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부정적일 수도 있는 만큼 성 사장이 중장기적으로 통합 영업조직체계 구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성 사장은 영업조직 이원화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신한라이프가 출범 뒤 하나의 회사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통합작업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꾸준히 인력 교류를 실시하고 있으며 두 회사의 순조로운 통합방안과 신한라이프 출범 뒤 사업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성 사장과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두 회사 출신 임직원들의 화합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최근 오렌지라이프 영업관리자와 설계사 등이 참석하는 영업전략회의를 열고 앞으로 설계사들이 고객 확대와 상품 교차판매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설계사들이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두고 합병에 따른 변화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합병에 따른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 사장 역시 최근 임원 워크숍을 열고 주요 임원들과 설계사 영업채널 성장전략 및 신한라이프로 합병 뒤 새 성장동력 확보방안 등을 논의했다.
성 사장은 “두 회사 통합은 단순한 결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실질적 한 회사로 구동할 수 있도록 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