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할까?
내친 김에 재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주목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내년 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제재가 풀리면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로 당시 맡고 있던 모든 계열사 대표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룹 회장으로서 매년 신년사와 창립기념사 등을 통해 한화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도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DT)’, 10월 창립기념사에서 ‘그린뉴딜’을 화두로 던지면서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변화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올해 69세로 한때 건강 논란도 있었으나 최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소회를 말하는 등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김동관 사장이 올해 38세로 젊은 만큼 경영을 완전히 물려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의 한화그룹 복귀 가능성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 그룹 경영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줄 김 회장의 리더십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취업제한 제재가 풀리면 역할이 한화그룹 경영에만 그칠 것인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김 회장이 2014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재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집단에 3세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도 2014년 11위에서 2020년 7위까지 오르면서 재계 어른으로서 김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나온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데 김 회장의 대표 복귀 길이 열리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김 회장은 199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현재 부회장단 가운데 활동기간이 가장 길고 상징성도 지녀 이전부터 전경련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3법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재계에서는 힘 있는 리더십을 향한 요구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이 10월26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
김 회장은 매년 신년사나 창립기념사를 통해 ‘함께 더 멀리’의 가치를 내세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전경련의 변화의 방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위상이 크게 하락한 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를 목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자부심은 단지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주주와 고객을 비롯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있다”며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기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
김승연 회장 대표 복귀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회사와 주주들에게 3천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당시 맡고 있던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후 6년이 넘게 지났지만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동안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취업을 제한하는 법에 따라 여전히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