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생에너지 사용비중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의 글로벌 고객 유치가 중요하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글로벌 산업계에사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발을 맞춰야 한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모두 3217GWh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7년 229GWh, 2018년 1356GWh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사용량(2만6899GWh)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으로 아직 높지 않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기업과 협력기업들 사이에서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전력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사업적 성과 창출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비중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진다. RE100 동참 여부에 따라 고객유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최대 고객인 애플을 비롯해 구글, MS, 페이스북, HP, 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주요기업들은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공급사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사업의 한 축인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의 성장이 절실하다. 하지만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7.4%로 추정된다. 1위 TSMC(53.9%)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으려면 애플, 인텔, AMD 등 대형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글로벌 산업계에 빠르게 RE100이 확산되고 있어 삼성전자도 제때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경쟁사에게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든 반도체가 아니면 RE100 참여기업의 제품이나 인프라에 사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1위를 노리고 있기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TSMC는 이미 반도체업계 최초로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TSMC는 7월 덴마크 에너지기업 외르스테드가 대만 해상에 2025년 완공하는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20년간 전량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TSMC는 2030년까지 생산시설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25%, 비생산시설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소비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TSMC가 글로벌 에너지전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발걸음은 더딘 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정부의 RE100 시범사업에 참여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RE100 참여를 선언하지 않았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미국, 유럽, 중국지역 사업장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국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일률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려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최근 RE100 이행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관련 법규가 정비되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비로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김 부회장도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만6천GWh인데 삼성전자가 2019년 정부에 신고한 에너지사용량을 전력으로 환산하면 1만7천GWh 수준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평택 파운드리와 낸드 생산라인 신규 투자에 나서는 등 앞으로 전력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급적 많은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적극적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수원 사업장과 기흥 사업장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평택 등 다른 사업장에도 태양광 및 지열 발전설비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직접 재생에너지 투자와 발전설비 확대, 전력구매계약(PPA) 등도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반도체 핵심 공급사인 삼성전자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며 "제도가 뒷받침되는 대로 국내사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