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화인텍, 한국카본, HSD엔진 등 선박 기자재회사들이 한국 조선3사의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현황을 주시하고 있다.
하반기 조선3사가 LNG운반선을 대거 수주하면 이 기자재회사들은 실적 개선의 기회를 잡는다.
▲ 류완수 동성화인텍 대표이사(왼쪽),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회장.
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동성화인텍, 한국카본, HSD엔진은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에 최대 수혜를 보는 선박 기자재회사들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타르의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는 경쟁 국가들의 선박 발주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며 “이는 보냉재기업과 HSD엔진 등 LNG관련 선박 기자재회사들의 실적 개선 폭을 더욱 넓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5월23일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스필드 가스전의 확장계획으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한국 조선사에 LNG운반선 건조를 맡기고 싶다”며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한국 조선사에 예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5월20일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이 쇄빙 LNG운반선 10척을 대우조선해양과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나눠 발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은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2020년 초 확정물량 8척, 옵션물량 1척씩 각각 예약해 뒀다.
이 물량들이 카타르를 시작으로 모두 발주될 수 있다는 전망에 조선업계는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 두 보냉재회사의 실적 개선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은 LNG운반선 화물창에 쓰이는 보냉재의 시장을 양분한다. 조선3사는 이 두 회사로부터 보냉재를 수급한다.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베셀즈밸류의 선박 주문서(오더북) 집계에 따르면 조선3사의 LNG운반선 인도척수는 2019년 29척에서 올해 36척으로 늘어난다.
이에 두 회사는 조선3사의 LNG운반선 인도량 증가에 발맞춰 지난해 설비투자와 디보틀넥킹(생산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부분의 효율을 개선해 전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을 진행하며 LNG보냉재 생산능력을 각각 기존의 15척 분량에서 20척 분량으로 증설했다.
두 회사는 올해 증설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이 2020년 영업이익을 각각 351억 원, 454억 원씩 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동성화인텍은 30.5%, 한국카본은 79.4% 늘어나는 것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3사가 LNG운반선을 수주하고 보냉재를 아직 발주하지 않은 물량이 상당하다”며 “2분기부터 보냉재회사들은 보냉재 원재료인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가격이 1분기보다 10%가량 떨어진 데 따른 수익성 개선효과까지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올해다.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은 LNG보냉재 생산설비를 추가로 증설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내년 조선3사의 LNG운반선 인도척수가 57척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이면 조선3사의 LNG운반선 인도척수가 다시 31척으로 감소한다. 올해 두 보냉재회사가 설비를 증설한다면 2년 뒤 납품물량이 줄면서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된다는 뜻이다.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에게는 조선3사의 LNG운반선 추가 수주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별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발주가 조선3사를 향한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는 HSD엔진도 마찬가지다.
HSD엔진은 현대중공업에 이은 글로벌 2위 선박엔진 제조사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납품하는 엔진의 매출비중이 2019년 기준 57.8%에 이르렀다.
▲ 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
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엔진은 석유연료 추진엔진보다 비싸다. 조선3사가 건조하는 LNG운반선은 모두 LNG추진선이다.
이는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가 곧 HSD엔진의 수익성 개선의 보증수표라는 뜻이기도 하다.
조선3사의 LNG운반선 인도량이 늘면서 HSD엔진의 선박엔진 생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이중연료 추진엔진의 비중이 2019년 25%에서 2020년 1분기 50%까지 늘었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HSD엔진은 2020년 1분기 영업이익 102억 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는데 시장 추산치(컨센서스)를 75.9% 뛰어넘는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SD엔진은 LNG추진선용 엔진 제작이 늘면서 올해 1분기 시장 추산치는 물론이고 하이투자증권 추산치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2020년 LNG운반선 발주시장이 호황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SD엔진은 2020년 영업이익 324억 원을 내 2년 연속 적자행진을 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