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서울 강남지역 소규모 단지에 일부 도입했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르엘'을 강북의 대규모 재건축단지에 적용할까?
프리미엄 브랜드는 주요 건설사들이 강남이나 떠오르는 주거 지역에 주로 적용하지만 후발주자인 롯데건설이 주목받는 강북 대규모 재건축단지에 르엘을 적용해 인지도를 단번에 높이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최근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한 은평구 갈현1구역 재건축사업에 르엘 브랜드를 적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주로 강남이나 주목받는 지역에 적용하지만 롯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가장 낮아 강북 대단지에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갈현1구역에 르엘 브랜드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애초 갈현1구역 재건축조합에 재건축단지에 사용하는 '시그니처 캐슬' 브랜드를 제안했지만 조합원의 뜻에 따라 다른 단지 이름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려면 설계와 자재, 조경 등이 달라져야 하므로 재건축조합과 협의에 따라 사업성이 더욱 좋아진다면 르엘 브랜드 적용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갈현1구역 재건축단지는 4천 세대로 사업비가 9200억 원에 이른다. '일감이 말랐다'는 소리가 나오는 도시정비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대어급으로 강북의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 르엘신반포센트럴을 시작으로 강남권 소규모 단지 7곳에 르엘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는데 각 단지 규모가 작고 지역도 분산돼 있어 시장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르엘 브랜드 인지도도 확산하지 못한 것으로 건설업계에선 바라본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이후 주택사업을 강화하면서 2017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추진했지만 적절한 때를 찾지 못했다.
하 사장은 지난해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남권 등에서 분양이나 수주전이 있어야 하지 아무 때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꺼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사업인 한남3구역과 반포3주구 입찰에 롯데건설이 참여하지 않았고 당분간 강남권에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나오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강북지역이지만 주목받는 대단지에 르엘을 적용한다면 인지도를 단번에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건설업계가 주로 강남권이나 신흥 부촌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왔던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림산업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단지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성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흑석 아크로 리버하임 등 서울에서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에 아크로 브랜드를 도입해 랜드마크 프리미엄 아파트를 건립해 하이엔드 브랜드로 확고하게 차별화했다.
현대건설도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강남권에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조성하고 있으며 GS건설은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이타운을 조성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반포 1·2·4 주구에 '디에이치 클래스트'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은 향후 나올 수 있는 압구정, 목동 등 대규모 재건축에서 브랜드 이미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