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20-05-15 14: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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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야심차게 내놓은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ON’이 고객들의 혹평을 받는 등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롯데ON 출시를 계기로 온라인쇼핑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했지만 모바일앱의 각종 문제로 오히려 ‘집토끼’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 조영제 롯데쇼핑 e이커머스 사업부 대표가 4월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온(ON)'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
15일 롯데ON 소비자 반응을 보면 롯데쇼핑은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롯데ON’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지만 고객들은 롯데ON을 향한 곱지않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롯데ON앱의 고객 평점은 2.0에 불과하다. 경쟁업체들의 온라인몰 고객 평점을 살펴보면 티몬 4.6, 쿠팡 4.5, SSG닷컴 3.5 등이다.
앱스토어에서도 롯데ON의 고객 평점은 1.8로 SSG닷컴(4.7), 티몬(4.1), 쿠팡(3.7)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롯데ON은 예정됐던 3월 말보다 한달 늦은 4월28일에 출시됐는데 각종 문제를 꼬집는 고객들의 불만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서비스 첫날부터 서버가 불안정해 모바일앱 구동이 제대로 안돼 이미 체면을 구긴 데 이어 3주가 다 되가는 지금도 서버 지연으로 매끄럽게 화면이 전환되지 않거나 다운되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로그인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상품 검색을 했을 때 원하는 상품이 나오지 않거나 제대로 된 상품 설명 및 사진이 없는 등 검색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많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검색으로 찾기 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먼저 제안해주는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고객들의 피부에는 전혀 와닿지 않고 있다.
쿠팡과 티몬, 11번가 등 이커머스업체들이 검색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네이버가 강력한 검색기능을 앞세워 이커머스업체들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등 검색 역량이 이커머스업계의 최대 화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상품이 막상 결제하려하면 사라지거나 상품대금을 결제한 뒤 시간이 지나 일부 상품이 품절상태로 돼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서 빈틈뿐 아니라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허술함이 엿보인다.
이커머스업계에서 IT기술과 물류 역량이 가장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는커녕 뒤쳐진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고객은 “구성이 어지럽고 상품 찾기도 힘들뿐 아니라 온라인쇼핑의 기본인 상품 정렬, 가격 비교, 유사제품 구성 등도 전혀 없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유통계열사 7곳이 모인 통합 온라인몰인 데다 각종 기능이 적용돼 화면은 복잡하고 불편해 고객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모바일앱이 출시된 뒤 각종 문제를 수정하는 데 일정시간이 필요하지만 롯데그룹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유통사업의 사활을 걸었던 사업인 만큼 고객들의 혹평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롯데ON을 이용하고 혹평을 남기는 고객 대다수가 이전부터 롯데 온라인몰인 롯데닷컴 등을 사용해오던 ‘충성고객’이라는 점이다.
롯데쇼핑이 롯데ON을 출시한 뒤에도 TV광고 등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만큼 기존 고객들이 모바일앱 업데이트 및 재단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또 다른 고객은 “그동안 롯데닷컴만 꾸준히 사용했지만 공지도 없이 모바일앱이 사라졌다”며 “새로 나온 롯데ON을 사용해봤는데 카드할인도 없고 너무 복잡해서 다른 곳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ON과 관련된 방송 광고 등 별다른 마케팅도 진행하지 않고 문제를 고치는 데 집중하고 있어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충성고객을 상대로 베타서비스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그동안 이커머스업체들과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충성고객을 잡는 데 공을 들였는데 이번 롯데ON 출시로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며 “출시 초반 ‘개점효과’도 누리지 못한 채 악화된 고객들의 인식을 되돌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